Op-Ed
창의력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창의력 없이는 성공할 수 없는 시대인 듯하다.
창의력이 제로에 가까운 나로서는 암담한 현실이다.
그렇지만 창의력이 무언가를 안다면 나 같은 사람도 독창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까?
창의력은 새로운 것을 생각해낼 수 있는 능력이다 (간단히 후려치면 그렇다).
그런데 이 능력은 여러 개의 능력이 합해진 일종의 멀티 능력이다.
유창성 (Fluency): 말을 유창하게 하듯이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가 물 흐르듯이 계속 샘솟는 능력이다. 유창성은 하나의 문제에 몇 개의 다른 솔루션을 제시하는지로 측정하는데, 줄 하나를 주고, 몇 가지 '쓸모'를 생각해내느냐를 테스트하는 것이 바로 유창성 테스트이다.
유연성 (Flexibility): 주로 Thinking outside the box라고 하면 이 유연성에 대한 언급이다. 다양하 분야의 지식과 관점을 합할 수 (synthesize) 있어야 한다. 융합학문 convergence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독창성 (Originality): 자신만의 고유한 사고 회로에서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다. 기존의 익숙한 사고체계나 접근이 아닌,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독특함이다. 창의력의 핵심이라고도 한다.
정교함 (Sophistication): 모든 프로세스에서 자세한 디테일까지 신경 쓰는 능력이다. 앞의 세 가지 능력으로 탄생한 아이디어를 한 단계 격상시킬 수 있는 능력이다.
여기까지가 많이 알고 있는 창의력의 구성 개념일 것이다. 그런데 학자에 따라서 아래의 개념을 창의력에 포함하기도 한다.
성급한 종결에 대한 저항 (Resistance to Premature Closure): 한마디로 오픈 마인드이다. 일을 빨리 끝내려 하지 않고, 직진 코스가 아닌 구불구불 돌아가며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기획하고 구체화하며 세심하게 다듬고자 하는 마음이다.
내가 성급한 종결에 대한 저항이 창의력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더 들여다보고자 하는 마음과 태도가 있어야 유창성, 유연성, 독창성, 정교함이 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눈치챈 분도 있겠지만 위에 언급한 4개의 개념은 모두 능력치인데 반해, 성급한 종결에 대한 저항은 마음가짐 (mindset) 또는 성향 (proclivity)이다.
다시 말하자면, 성급한 종결에 대한 저항이 있어야 창의력이 생기고 커지고 응용된다.
그렇다면 창의력을, 아니 성급한 종결에 대한 저항을 길러주기 위해서 부모가 하지 말아야 할 말은?
"빨리빨리"이다.
"숙제 빨리 해."
"아직도 못했니? 빨리 하고 다음 거 해야지."
"이만큼 했음 된 거야. 빨리 끝내고 자."
"빨리 제출해. 시간 없어."
이런 말을 듣고 자란 아이가 성급한 종결에 대한 저항이 생길 리가 없지 않은가?
되도록 "성급하게" 종결하고 다른 일을 하는 게 더 옳은 일, 똑똑한 일, 효용이 높은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진심으로 창의력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오늘부터
아이를
그냥 놔두자.
*아이러니한 것은 창의력 수업도 빨리빨리 한다. 웃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