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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 diary jenny Nov 30. 2021

생각 양식 68 - '길치'는 괴로워

나에게 길 찾기란...



내가 '길치'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심각한 지 잊고 있다가 또 한 번 느꼈다. 어제저녁 어느 낯선 곳을 찾아가야 했는데, 찾을 수 있겠지 싶어서 지도를 믿고 갔다. 근데 아무리 찾아도 그 장소가 없는 거다. 택시를 타도 되는 상황이 아닌 게, 택시를 잡으려고 시도했지만 으슥한 곳이라 택시도 없었다. 아파트 단지들이 밀집된 곳이니까 아파트만 찾으면 쉽게 찾겠지 생각하고 네이버 주소를 따라서 계속 갔다.


그런데, 같은 곳만 계속 뱅글뱅글 도는 기분. 사람도 보이지 않아서 얼마나 무섭던지. 가까스로 지나가는 아주머니 한 분을 발견, 위치를 여쭈니 저쪽으로 쭉~ 가면 바로 보인다 하셔서 인사드리고 가리켰던 저쪽으로 쭉~ 갔다. 근데 찾는 곳이 없다. 다시 부동산을 찾아서 들어가 사장님께 여쭈니 그쪽으로 쭉~ 가라 하셔서 그쪽으로 쭉~ 갔다. 또 없다.


택시도 없고 행인도 없고 가로등도 없고 어두운 아파트 단지 안. 아, 어쩌지. 그러다가 또 다른 사람 한 명 발견, 또 길을 여쭈었다. 다행히 40대~50대로 보이는 남자분께서 직접 찾아서 목적지 앞까지 데려다주셨다. 아, 다행. 감사해요 여러 번 연발. '인간 내비게이션, 멋진 분, 훌륭하신 분, 뭘 해도 성공하실 분' 등 속으로 외치며 엄지 척을 마구 날려드렸다.


그런데, 약속 장소를 가니 다들 낯선 장소였는데도 속속 잘도 찾아온다. 나는 너무나도 고생했다며, 사람도 없고 택시도 없고 그 길이 그 길 같고 너무 이상했다며 훌쩍이며 울먹이니까, '어, 바로 보이던데. 여기로 와서 저기로 갔다가 거기로 조금 간 후 그쪽으로 도니까 여기던데?' 이러는 거다..............


날도 추웠고 신경도 썼더니 목이 뻐근했다. 고개를 살짝 돌리며 목을 움직여 주다가 천정에 붙은 전구 등을 보게 되었다. 저렇게 갈래가 쳐진 전구들 중에 어느 것을 어떻게 찾는담? 하나의 전구 등에 무려 전구가 여덟 개나 되는데!


"현정 씨. 전구 좀 갈아 끼워 주세요. 저기 그쪽 전구 옆에 저 전구 있죠? 저쪽 전구 말고 이쪽 전구, 그 옆으로 뻗은 그쪽 전구 맞은편의 이쪽 전구요. 아니, 그것 말고 이쪽 전구요. 아니, 저것 말고 이쪽 꺼라니까요. 아니, 장난하지 말고요. 아니, 지금 바쁘다니까요. 얼른 찾으세요. 아니, 그 전구 아니에요. 아니! 아니! 아니요! (아이, 저 바보!)" 이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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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구 등도 저렇게 만든 것 괴롭다.

전구 잘 찾을 수 있게 곧게 한 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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