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ok diary jenny Dec 01. 2021

생각 양식 69 - 2021년 12월 첫날

자연의 순리대로 그렇게...




2021년 12월이 시작되었다.


12월 첫날이라고 무슨 큰 의미 있을까, 라던 어제의 생각이 민망해진다. 새벽에 혼자서 12월 첫날의 감동에 젖어서는 계획장, 일기장, 컴퓨터 메모장 등 온갖 공간에 '2021년 12월이 시작되었다'를 열심히 적고 있다.


누군가가 불러주었기에 마침내 의미 있는 무언가가 되었다는 건 맞는 말이다. 숱한 12월을 보냈지만 지금 이 순간 2021년 12월에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이번 12월은 나에게 또다시 특별한 의미가 있는 달이 된 것이다.


뭘 할까, 어떻게 보낼까, 어떤 모습으로 더 사랑을 안겨줄까... 생각의 나래를 펼치다가 꼼꼼한 계획은 쓸데없겠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번에는 철저하게 계획하고 싶다는 마음은 들지 않는다. 다만 조금은 자유롭게 흐르는 대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저기 곧 달려오는 기차가 보일 것이다. 시간에 맞춰 날 향해 달려오는 그것에 몸을 싣고 간다. 가는 방향과 도착하는 목적지와 걸리는 시간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우선은 그것만 알면 된다. 그저 가는 중에 무엇을 하며 시간을 잘 보낼지 고민을 해본다. 도착한 후 무엇을 하며 행복할지는 잠깐 나중에 생각할까 싶다.


얇지만 질긴 열정이 솟아오른다. 희미하지만 끊기지 않는 에너지도 뿜어져 나온다. 후우, 심호흡을 하며 흥분을 가라앉힌다. 나의 허약하지만 건전한 몸과 마음으로 '공부'도 '일'도 '사랑'도 단정하게/ 성실하게/ 아름답게/ 선하게/ 진심을 다해/ 해나가려 마음먹는다. 꼼꼼한 계획보다는 조금은 느슨한 흐름으로.


12월 첫날이라고 무슨 큰 의미 있을까, 라던 좀 전의 생각이 또다시 민망해진다. 이미 내 가슴과 머리에는 많은 것들이 흐르고 있다. 억지로 만들어진 계획이 아닌 자연이 부여해주는 순리대로 그렇게... 얇지만 질긴, 희미하지만 끊기지 않는, 허약하지만 건전한 그런 모습으로, 흐르는 대로 그렇게. 그렇게 첫 날을 시작한다.

.

.

.

.

(ktx 역 안. 이미 청소를 끝낸 직원들 덕분에 눈이 시원하다.)  

작가의 이전글 생각 양식 68 - '길치'는 괴로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