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특히 엄마의 관심을 끌기 위해 나름 노력하는 아이의 모습을 가끔 발견한다. 대단한 게 아니라 아주 사소한 것들, 지극히 평범해 눈에 잘 띄지 않는 것들이다.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치운 후 내가 들을 수 있도록 "아, 힘들게 다 치웠으니 이제 OO 해야겠다~" 이러며 나의 관심과 칭찬을 슬쩍 유도한다.
어른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들은 관심을 받고 싶어 한다. 지나쳐버릴 이에게는 상관없지만 좋아하고 존경하는 이에게 관심을 받고픈 건 당연하다. 진화심리학의 'The evolution of desire'을 들추지 않더라도 대부분 공감하는 부분이다. 어쩌면 아이보다 우리 어른이 더 격렬히 갈구하는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하다.
볼일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해거름 노을을 보았다. 매번 걸어 발에 익은 길, 자주 봐서 눈에 선명한 주변, 항상 마주치는 해 질 녘 풍경이다. 집들이 보인다. 점으로 찍으면, 점 다음 또 다른 점, 그 점 지나 이어지는 또 다른 점, 그렇게 계속 이어지고 이어지고 이어지는 점, 점, 점... 그 점들 속 모두 다 그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해는 매일 뜨고 지면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우리에게 그 거대한 존재를 증명한다. 아이는 자체의 모습으로 어떠한 조건 없이도 사랑받을 가치가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어른 역시 서로 통하는 사람과 관심과 사랑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존재를 비추어준다. 너에겐 내가 필요해, 나에겐 네가 필요해, 그렇게 말이다.
최근 독서모임 책부터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책들 대부분이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다 보니 이 부분에 대해 평상시보다는 깊게 생각하게 된다. 쓸쓸한 마음이다가도 결국은 '그리하여 존재함은 소중하며, 소중한 건 지금'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존재를 더 아껴주기 위해서는 욕심내지 않아야 함도 기억할 것. 자꾸 커지는 욕심을 누르기 힘들겠지만, 그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