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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 diary jenny Jul 16. 2021

책장정리가 가져다 준 기적

책장정리가 가져다 준 '두 아들의 기적 같은 자기주도생활'

책장정리가 가져다 준
 ‘두 아들의 기적 같은 자기주도생활’  


 


“하영이 엄마, 고마워요. 도와준 덕분에 우리 아이들이 뭘 좋아하는지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어요.” “아, 그런가요? 잘됐네요. 책장 정리는 단순히 책만 정리하는 게 아니에요. 인생 정리정돈의 시간이랍니다. 제 도움이 필요하면 또 부르세요.” 큰애 친구 엄마와 통화하고 난 후 기분이 좋아졌다. 며칠 전에 도와준 책장정리에서 큰애 친구가 어떤 책을 좋아하고 어떤 책이 더 이상 필요 없는지를 알 수 있었다는 소식이 정말 반가웠다.  



어쩌다보니 자기주도생활과 독서교육에 대한 고민을 들어주고 있다. 그 고민들을 해결하고 나면 감사하다는 인사를 자주 듣는다. 지금껏 해온 일들 중 가장 뿌듯한 일이자 오랫동안 해 온 가치 있는 일. 바로 자녀 교육 관련 고민에 대해 도움을 주는 일이다. 지금껏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책에 관해 여러 조언을 주었고 아이의 자기주도생활을 위한 노하우도 전해 왔다.



우리는 넘치는 물건에 둘러싸여 산다. 풍요의 시대를 대변하는 게 어디 음식과 옷만 있을까? 이리 둘러봐도 가득한 책, 저리 둘러봐도 넘치는 책. 집마다 가득한 책들을 보면 우리는 책이라는 물건을 너무나도 열심히 모은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물론 집에 책이 많다는 건 멋진 현상이다. 그 책들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지혜와 지식을 얻고 즐거움 역시 마음껏 누리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너무 많은 책에 둘러싸이다 보니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된 건 우리 집 두 아들만의 이야기는 아닐 테다. ‘내가 저 책을 읽긴 읽었나?’ 싶을 만큼 구분도 안 되는 책들이 집안에  가득하다. 관심도 없는 책들이 제멋대로 쌓여 있고 또 널브러져 있다.  



나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언젠가는 읽고 말겠어.’라는 마음을 먹는다. 차곡차곡 열심히 쌓아 둔다. 정작 어느 순간 급하게 필요한 책은 찾지 못하고 놓치는 경험을 수시로 한다. 이 반복되는 패턴을 이제는 경험상 알기에 나 역시 수시로 책 정리를 한다. 아이들도 정기적으로 자기책장을 정리정돈하는 것이 이제는 습관이 되었다.  



좁은 집안 곳곳 가슴 짓누르는 느낌으로 자리 잡고 있는 대책 없이 가득한 아이들 책. 그 묵직한 풍경을 더는 무책임하게 내버려 둘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 책을 정리정돈할 좋은 기회야.’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면 우리 집은 또다시 칙칙하고 부담스러운 상태로 시간을 보내겠지. 두 팔을 걷어붙이고 이번엔 기필코 아이들의 모든 책을 정리하는 시간을 만들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누구나 마음속에 각자 원하는 책장 모습과 서재 풍경이 있다. 책, 책장, 그리고 서재는 많은 이들의 로망이 가득한 단어다. 특히 알차게 꾸민 책장과 책들 덕분에 아이 머릿속에는 지식이 빽빽하게 들어있는 것 같다. 학습능력이 마구 폭발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책이라는 물성은 이렇게 우리 마음을 설레게 하고 머리와 정신을 풍족히 채우는 신비로운 존재다.



“엄마, 하루가 얼마나 빨리 가는지 모르겠어요. 시간은 화살과 같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와 화려한 미디어 노출에 의해 하루 24시간이 그저 흘러가 버리는 바쁜 세상이다. 게으른 게 아닌데도 한 일 없이 가버리는 하루다. 시간을 잘 쓰기 위해서라도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반성 후 바로 책장정리정돈에 들어갔다. 어차피 해야 하는 설거지를 미루다보면 더 큰 짜증이 쌓이는 것과 같다. 그때는 얼른 해버리는 게 상책이다.   



아이가 아닌 엄마의 일방적인 책장정리정돈은 사절이다. 책 주인인 우리 아이들이 정리정돈의 온전한 주체자다. 상황에 따라 아이 혼자 하기엔 버거울 수 있다. 그때는 아이와 함께 정리정돈을 하되, 절대 엄마가 주인공이 되어 팔을 걷어붙이지 말아야 한다. 책장정리정돈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자기주도성을 경험하고 익히게 된다.  



“이런 과정들이 아이의 자기주도생활로 이어진답니다.” 어리둥절한 표정의 엄마들에게 말해준다. “아, 그래요? 하도 답답해서 아이 대신 내가 후딱 해치우려고 했어요.” “안돼요. 뭘 좋아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아이가 스스로 책을 정리해봐야 해요.” 대상이 무엇이든 정리정돈은 자기주도생활의 시작이자 가장 중요한 단계다.  



책장을 정리정돈하면 아이 방이 말끔해져 기분이 상쾌하다. 정리에 따른 학습 효율 역시 아주 높아진다. 그 무엇보다도 책장정리정돈을 통해 아이 스스로 자신과의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되며, 자기가 뭘 좋아하고 어떤 분야에 빠져 있는지 깨닫게 된다. 우리 집 두 아들 역시 그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책장정리정돈은 책을 단순히 치우고 정리하고 버리는 게 아니다. 정리의 본질은 정리 후 변신한 모습에 있기 보다는 정리정돈하는 그 과정에 있다. 필요 없는 부분은 걷어내고 필요한 부분은 뜻 깊은 것으로 멋지게 채우는 것. 우리 집 두 아들은 전략, 전술, 군대, 전쟁 등에 관심이 많다보니 그쪽 분야 책들로 책장을 빼곡히 채웠다. 미소 지으며 흡족해하는 두 아들을 보니 계곡에 담근 시원해진 두 발처럼 내 마음 역시 후련해졌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독서라는 행위는 읽는 주체가 책을 스스로 고르는 게 제 맛.’이라는 걸 알려주자. 취향대로 고른 책들로 자기만의 책장을 꾸리는 과정이 자기주도생활의 시작이라는 것도 말해주자. 처음에는 정리하는 게 당연히 미숙하다. “아휴, 답답해. 넌 네게 필요한 책이 뭔지도 판단 못하니? 책 정리도 스스로 못해서 어떻게 할래?” 제발 이런 불상사는 없길 바란다.

  


아이들은 책장정리정돈에 미흡할 수밖에 없다. 지금껏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읽을 책을 고르고 즐겁게 독서를 한 후, 정리정돈까지 마치는 걸 스스로 해봐야 자기주도생활을 경험할 수 있다. 뇌 기능의 최고봉 단계인 메타인지발달도 당연히 꾀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 과정 속에서 책에 대한 소중함과 자기도 모르던 개인적인 취향도 아이 스스로 파악하게 된다.  

  


정리되지 않은 환경이 생각보다 여러 면에서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말끔하게 정리된 책장과 책상은 어질러진 환경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건 상식이다. 정리정돈 된 싱크대를 떠올려보자. 뒤섞인 식기도구와 생활용품이 싱크대 곳곳에 마구잡이로 쌓여 있으면 음식을 준비하기 전에 이미 몸과 마음이 지치는 것과 같다.  

  


“현정이 이모, 어제까지만 해도 마구 뒤섞여 있던 엉망진창인 책들을 보면서 답답했어요. 이제 말끔해진 책장을 보니 공부도 잘 될 것 같고 기분도 정말 좋아요. 제가 가지고 있는 책들 중에 필요 없는 책을 친구들에게 선물로 줬어요. 전 디즈니만화에 관심 많으니 그 분야 책을 더 마련하고 싶어요. 이모 덕분에 정리정돈을 잘 했어요. 고맙습니다.” 앞서 말한 지인의 딸이 내게 직접 한 말이다.  

  


책이든 뭐든 과하면 부족한 것만 못하다. 이번 기회에 아이들과 책장정리정돈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면 시간을 만들어 시도해 보자. 아이들의 자기주도생활뿐만 아니라 우리 어른들 생활도 다듬을 수 있는 멋진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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