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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 diary jenny Jul 18. 2021

[육아 이야기]개성을 포기할 수 없는 피카소 아이들

예술가 마음으로 예술하는 아이들과 예술같은 하루를 보내며




“엄마, 이 그림은 어때요? 제가 봐도 멋지게 잘 그렸네요.” 하영이의 그림 실력이 나날이 멋져진다. 어릴적부터 그토록 열심히 획을 마구 휙휙 긋더니 말이다. 그 획들을 그으며 표현과 창조의 힘을 열심히 키웠나 보다. 이제는 자유자재로 자신의 상상을 신나고 즐겁게 표현한다. 그런 하영이의 그림들에서 많은 것을 발견한다. 특히 즐거움과 신남, 자유로움과 독특함이 무궁무진하게 발산됨을 느낄 수 있다.



‘그림’은 말 그대로 ‘그림’이다. ‘그리다’의 명사, ‘그림’! 그냥 그리고 싶은 걸 그리면 되고, 색칠하고 싶은 걸 색칠하면 된다. 마음이 가는대로 점을 찍고, 선을 긋고, 면을 만들고, 또 색을 입히면 된다. 어떠한 규칙도 없고 제한된 틀도 없으며 누군가의 명령은 더더욱 없다. 하영이는 기술적인 실력은 전혀 없는 가장 기본적인 수준으로 그리는데, 그건 미술에 문외한인 내가 봐도 확실하다. 하지만 뭐 어떤가. 그림 그리는 것에 정답이라는 게 있다면 틀린 답이 나올 수도 있지만, 알다시피 그런 것은 당연히 없다.



하영이가 홈스쿨링을 하기 전, 학교를 다니던 초등 2학년 때 일이다. ‘우주 관련 그림 그리기’ 시간이 있을 거라고 미리 공지가 떴다. ‘그냥 즉흥적으로, 마음 가는대로, 생각나는 대로 그리면 될 텐데.’, ‘준비를 한다는 게 오히려 상상력에 방해가 될 것 같은데.’. 우리는 다음날 그릴 그림에 대해 준비하지 않았다. “엄마 생각에는 그냥 네가 그 순간 떠오르는 걸 신나게 그리면 될 것 같아.” 며칠이 지났고, 하영이는 그날 그린 우주 관련 그림을 집에 가져 왔다. '응?' 그림을 보는 순간 조금 당황스러우면서도 웃음이 났다.



“바둑이 너무 두고 싶어서 그냥 바둑 두는 장면을 그렸어요.”, “음, 그래도 우주관련 그림 그리기인데 바둑 그림을 그렸어?”, “여기가 우주에요. 내가 있는 곳을 우주라고 생각하면 거기가 바로 우주가 되는거죠. 별도 몇 개 있잖아요. 여기 보세요.” 그랬다. 별사탕보다 작은 크기의 별이 두 개 그려져 있었다. 저기 스케치북 귀퉁이에 조그만 별 두 개가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의 모습에서 엄마들은 수시로 감탄한다. 제삼자의 눈에도 멋지다는 인정을 받으면 기쁨을 넘어 황홀의 세상으로 날아간다. ‘혹시 우리 아이 천재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하게 되고, ‘이 재능을 키워줘야 해.’라며 마음을 굳게 먹는다. 그런데 상장이나 칭찬 같은 객관적인 판단이 없는 상황이라면, 과연 엄마 자신만의 기준으로도 감동 할 수 있을까. 나는 하영이의 그림에 수시로 감탄한다. 나의 감탄의 기준은 정해진 틀이 아닌 자기만의 개성이 가득한 그림이기 때문이다.



남들은 피식 웃겠지만 하영이의 자유롭게 휘갈긴 거침없는 터치에 시나브로 놀란다. 엄마라는 이유로 팔이 안으로 굽어서 그런 것도 있겠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상 받을 만한 실력으로 그리는 그림은 절대 아니지만, 스스로 꾸민 이야기의 구성이 아주 재미있다. 더 중요한 건 하영이 자기만의 스타일이 확고해 누가봐도 "이건 딱 최하영 그림이네."라고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하영이가 운영하는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에 그림을 올리면 많은 분들이 호응을 해준다. “오, 재밌다.”, “소질있네.”를 넘어 “다음에는 OO을 그려주세요.”라는 주문도 심심찮게 들어온다. 그러면 열심히 그림을 그려 작품을 소개하며 그림을 요청한 분에게 즐거움과 만족감을 선물해 준다. 총, 무기, 군인 같은 전쟁관련 그림을 자주 그린다. 인터넷으로 여러 자료를 찾는 과정부터 시작한다. 알맞은 사진을 찾은 후, 연필로 스케치북에 밑그림을 연하게 그린다. 밑그림이 완성되면 그 위에 검정색 펜으로 선명하게 완성본을 그린다. 다음은 채색의 단계, 대부분이 검정색이거나 초록색으로 표현된다.



바로 여기에서 하영이만의 독특한 개성이 드러난다. 다양한 색깔을 첨가해 화려하게 재탄생되는 과정이 하영이 그림만의 매력이다. ‘이 총은 분홍빛이 보이네. 어떻게 총에 분홍색이 사용되지?’, ‘어떻게 군복에 보라색이 보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는 걸 인정해 주는 게 중요하다. 재단하지 않는 것, 틀을 만들지 않는 것, 남들이 어떻게 보든 나의 감정을 따라가는 것.



어릴 적부터 스케치북에 열심히 그린 하영이의 그림들을 여전히 보관하고 있다. 스케치북 중앙 자리에 선 하나 휙 긋고는 “뱀이다.” 그러고는 끝나버린 시간들이 얼마나 많은지. ‘뭐지, 이 당황스러움은?’ 그랬던 하영이의 그림 실력이 시간이 지나면서 차곡차곡 쌓여갔다. 이제는 '자기 이름을 내건 무기관련 그림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하영이.

 


이렇게 자기만의 개성을 아름답게 만들어가고 있는 이 아이가 내 눈에는 정말 멋지다. 그림그리기 기술을 익히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 기본적인 실력을 쌓기 위해서는 배움도 필요하다. 그러나 학교나 학원에서 가르쳐주는 정형화된 기술만 가득 든 작품은 매력이 없다. 그 기술들을 잘 활용한 아이들에게 주는 상장에 큰 의미가 있을까.



오늘도 두 아이에게 말한다. 그 이전에 나 자신에게 수시로 건네는 말이기도 하다. “예술가가 따로 있는 게 아니란다. 무엇을 하든 거침없이 자유롭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사람이 진정한 예술가란다.” 거침없이, 자유롭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엄마의 요리든, 아빠의 운동이든, 아이의 독서든 이 세상 그 무엇이든 상관없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개성있는 사람이 되자!'라는 구호를 외치기 전에 이걸 기억하자. 아이들이 하는대로 내버려두면 거기서부터 개성은 무럭무럭 자란다. 흥을 돋워주면 아이들은 오히려 정형적인 것에 식상해하며 정해진 방법을 굳이 따라가지 않는다. 스스로 자기만의 멋진 표현을 신나게 발굴해 나갈 것이다. 어른들은 그저 칭찬해주면 될 일이다.



피카소가 남긴 유명한 말, “모든 어린이는 예술가이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이들이 커서도 예술가로 남을 수 있게 하느냐이다.” 이 말의 본질은 무엇일까. 무슨 이유로 피카소는 이런 말을 남겼을까. 예술이란 무엇이며, 예술가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걸까. 예술의 사전적 의미는 ‘아름답고 높은 경지에 이른 숙련된 기술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하지만 난 조금 다르게 해석한다.



‘예술이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인간의 모든 활동!'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간다. 그 모습들에 옳고 그른 건 없으며, 다만 다름이 있을 뿐이다. 높은 경지의 무언가가 아닌, 인간의 모든 활동이 그저 예술이다. 그 활동들에 자기만의 개성을 마음껏 쏟아내는 사람이 예술가가 아닐까. 하영이의 작품을 보며 하영이가 내뿜는 그 아이만의 삶의 방식을 본다. 그 모든 게 예술이며, 그것들을 개성있게 표현하는 하영이가 진정한 예술가이다.



우리는 모두 예술의 삶을 살고 있으며 우리 모두가 예술가이다. 오늘부터 우리 아이들의 생활을 예술의 삶으로 여기며 바라봐야겠다. 그런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나의 삶 역시 예술가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마음 한 켠이 뭉클해진다. 예술가를 키우는 우리 엄마들의 이 멋진 예술적인 삶에 멋진 액자를 놓아드린다.


"예술가의 마음으로 예술하는 아이들과 오늘 하루도 잘 보내셨나요?"



초등학교 2학년, 학교 행사에서 그린 그림.



5살 때 그린 전쟁 그림.



초등 2학년 때 만든 탱크 모자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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