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넘치는 물건들에 둘러쌓여 살고 있다. 풍요의 시대를 대변하는 것이 어디 음식과 옷만 일까? 이리 둘러봐도 한가득한 책, 저리 둘러봐도 넘치는 책. 집마다 가득한 책들을 보면 우리가 아주 열심히 책이라는 물건을 사 모으고 있다는 무거운 마음이 들 것이다. 물론, 책이 많다는 것은 아주 좋은 현상이다. 그 책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지혜를 얻고, 지식을 얻으며, 또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니 말이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너무 많은 책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갈피를 잡을 수 없을 지경이 되어 버린 것은 우리 집 두 아들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내가 저 책을 읽긴 읽은 건가?’ 싶을 만큼 구분도 되지 않는 책들이 집안 한가득하며 관심도 없는 책들이 마구 쌓여 있고 널브러져 있다.
나의 경우를 보자. ‘언젠가는 읽겠다.’는 마음으로 쌓아둔 그때 그 시절의 베스트셀러 책들, 하지도 않을 공부를 욕심내며 사두기만 한 펼치지도 않은 어학 학습서들, 예전에 읽은 감동 가득한 책이지만 앞으로는 읽을 일이 없을 것 같은 소설책들, 이제는 내 인생에 쓸모없지만 그 당시에는 너무나도 중요했던 뭔가를 빼곡하게 정리한 추억이 깃든 책 등.
이런저런 사연이 가득한 책들을 한 권도 처분하지 못하고 차곡차곡 쌓아 둔 결과, 정작 어느 순간에 급하게 필요한 책은 찾지 못하고 놓치는 안타까운 경우가 더 많았다. 이런 경험이 있기에 나 역시 수시로 책 정리를 하고 있으며, 우리 아이들에게도 정기적으로 정리정돈을 지도하며 함께 해나가고 있다.
좁은 집안 곳곳에 가슴을 짓누르는 느낌으로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는 대책 없이 가득한 아이들 책. 그 풍경을 이제 더는 무책임하게 내버려 둘 순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번이야말로 아이 책을 정리정돈 할 좋은 기회라고 하겠다.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면 우리네 집은 또다시 칙칙하고 부담스러운 상태로 시간을 보낼 것이다. 두 팔을 걷어붙이고 이번에는 기필코 아이들 책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마련하도록 하자.
2.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는 책장 정리
누구나 마음 속에 각자 원하는 책장의 모습과 서재의 풍경이 있다. 책, 책장, 그리고 서재는 많은 이들의 로망이 가득한 단어가 아닐까. 특히 아이의 방에 알차게 꾸민 책장과 책들 덕분에 아이 머릿속에는 지식이 가득 들어갈 것 같고 학습능력이 마구 폭발 할 것 같은 마음도 든다. 책이라는 물성은 이토록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마음과 정신을 풍족하게 채워주는 신비로운 존재다.
‘멋진 책장을 꾸미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건 오래 전부터의 나의 관심사였고 동시에 고민거리기도 했다. 그런 행복한 고민을 하면서 훗날 나의 집을 대형서점 중의 하나인 ㄱㅂ문고처럼 사방이 온통 책으로 둘러싸인 장소이길 바랐던 적이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자라면서, 삶이 복잡해지면서,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함을 느끼면서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지? 책에 대한 욕심이 상당했나보네.’라며 그 시절 그 생각들을 떠올리며 손사래 친다.
지금은 누가 그렇게 해준다 해도 사양할 일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책이 어떤 건지도 알았고, 필요할 때 마다 손에 넣을 수 있는 상황만 만들어진다면 집에 책을 무작정 쌓아둘 이유가 전혀 없는 마음의 공백이 생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