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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 diary jenny Sep 14. 2021

생각 양식 44 - What is your hobby?

취미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 방향


취미라는 것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 단어가 쓰일 수 있는 곳이라고는 나 자신을 알리기 위해 대충 둘러대는 자기소개나 영혼 없이 작성하는 구직용 자기소개 정도라 여겼다.


이 생각을 완전 뒤바꾼 계기가 있었는데, 때는 2003년의 일이다. 대학원 시절에 만난 하와이에서 온 교환학생 마이클이 그 주인공이다. 어학원에서 스터디를 하다가 알게 된 그는 한국어가 절실했고, 나는 영어 익히는 게 골칫거리였다. 나는 마이클에게 한국어 연습 상대가 되어주고 그는 나에게 영어 파트너가 되어주었다. 만날 때마다 주제를 바꿔가며 프리토킹을 했다.


취미에 대한 주제를 다루는 어느 날이었다. “너의 취미는 뭐니? / What is your hobby?”라는 질문에 대한 이야기 시간. 나는 나대로 열심히 나의 취미에 대해 있는 말 없는 말을 다 끌어 모아 설명을 했다. 대충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나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해. 주말에는 영화관에 가고, 친구들을 만나서 대화를 나눠. 가끔씩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고...”등.


이어진 그의 한국어 연습 순서에서 그는 이런 답을 건네주었다. “(한국어로 쓰자면) 나의 취미는 내가 좋아하는 뭔가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거야. 가령, 내가 좋아하는 곡을 오늘 아침에 라디오에서 들었다면, 나는 이 곡을 왜 좋아하는지,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처음 들었을 때 느낌이 어땠는지, 이 곡을 다른 버전으로 만들면 어떨지 등을 깊게 생각해. 이렇게 그날 갑자기 떠오른 한 가지에 대해 여러 각도로 아주 깊게 생각해보는 것을 좋아하지. 그래서 나의 취미는 한 가지를 깊게 생각해보는 거야.” 그의 대답은  너무나도 놀라웠다. 나와는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취미를 대한다는 것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


살아가면서 점점 더 절실히 느끼는 게 취미는 중요한 행복의 척도라는 것이다. 단순히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하는 행위일 수도 있지만, 한 사람의 여가시간을 책임지는 멋진 동반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행위면 또 어떤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삶의 미덕이다. 취미에 대해 너무 무심하게 대했다는 반성 후, 취미를 묻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한다.


“나의 취미는 어떻게 하면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고 상상하는 거야. 자유로운 삶이 무엇인지, 그런 삶을 산다면 어떤 모습으로 꾸려가고 싶은지, 아이들에게 자유로운 삶이란 무엇인지를 어떻게 설명해 줄 수 있을지 등을 깊게 생각해보는 거지. 이건 하나의 예일뿐, 핵심은 어느 한 가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다는 거야. 정말 재밌겠지? 그게 나의 취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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