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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 diary jenny Sep 18. 2021

생각 양식 46 - 매미소리가 나에게 남겨준 것

매미소리에서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해보는 새벽




새벽 매미소리가 내 귀에서 완벽하게 사라졌다.

사흘 전부터 더 이상 들리지 않음을 확인했다.

어제 새벽도 수시로 귀 기울여 봤는데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오늘 새벽 역시 예상대로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다른 곳은 모르겠지만 내가 있는 이곳은 이제 확실하다.


자기 역할을 나름 다 하고선 물러난 거다.

역할을 치열하게 한 후, 있던 곳에서 말끔하게 사라진 것.

몇 년간 땅 속 나무 아래에 있다가 밖으로 나와서

치열한 날갯짓 후 사라졌음을 내가 또다시 말할 필요는 없다.


일순간 싹 사라져 버리는 그들의 깔끔한 모습이 신비롭다.

매미가 세상에 어떤 영향을 남기는 생명체인지는 모르지만

그들 존재로 특정 기간이 인상적이었음 자체가 신기하다.


그토록 치열하더니 일순간 사라져 버린 매미들.

그런 매미 모습을 닮은 인간관계는 서늘함을 남기겠지만,

매미가 철도 모르고 곁에 붙어 있다면 그 소리가 괴롭듯

인간관계 역시 그렇다면 그 자체가 괴로울 수 있겠다.


매미소리가 말끔하게 사라진 사흘 동안의 새벽 시간 속에서

여러 사람과 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매미소리처럼 귓가에서  사라져 버려야 할 관계도 있고,

그럼에도 내년 또다시  매미처럼 연속되는 관계도 있고.

.

.

.

.

그래서,

이제 본격적인 가을이다.


조심성 많은 나는

놓친 매미소리는 혹시  없을까 귀를 기울이지만,

호기심 또한 가득한 나는

가을이 오는 소리도 귀담아듣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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