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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기범 Jul 31. 2017

스타트업=
ZERO에서 ONE을 만드는 일.

[북런치 #7] 제로투원

대부라 불리운 사나이

페이팔 멤버들이 많은 기업들을 성공적으로 세우며 실리콘 벨리를 움직이는 파워그룹을 형성하게 되자, 사람들은 그들을 페이팔 마피아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들 중에서도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 피터 틸은 조직원(?)들이 세운 회사와 실리콘 벨리의 여러 스타트업들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페이팔 마피아의 대부라 불리고 있다.

자고로 대부란, 지식보단 지혜를, 그래서 정답보단 질문을 던지는 사람일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다양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일을 하는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묻고 답해봐야 할 여러 생각거리들을 제시하고 있다.


당연시되는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고, 백지상태에서부터 다시 사업을 생각하라. - P 20


피터 틸의 스탠퍼드대 스타트업 강의 내용을 정리해 엮은 책이기 때문에 각 Chapter별로 수위와 영역이 들쭉날쭉하다. 따라서 전체 내용을 다루기보단, 핵심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겠다.


ZERO TO ONE

진보된 미래에 대해 생각할 때, 그 진보에는 두 가지 방향이 있다. 먼저 수평적 진보이다. 이는 효과가 입증된 것을 카피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 개의 타자기를 보고 100개의 타자기를 만드는 것이다. 다음은 수직적 진보이다. 아무도 한 적이 없는 일,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예를 들면, 한 개의 타자기를 보고 이번에는 워드프로세서를 만드는 것이다. 전자가 1에서 n으로의 진보라면, 후자는 0에서 1로 진보하는 것이다.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카피하거나 조금 개선하려 하지 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ZERO TO ONE'의 진보를 이루라는 것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다. 그리고, 이것이 페이팔 마피아의 대부라 불리는 투자자 피터 틸이 수많은 스타트업들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프레임일 것이다.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

ZERO TO ONE 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독점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흔히 독점이라 하면 부패와 비리, 횡포 등이 먼저 떠오르고, 그 반대인 경쟁은 건강한 상태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학습해왔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강박관념'이라 설명한다.) 하지만 실제로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할 수만 있다면 독점만큼 좋은 것이 없다. 독점기업은 시장을 손에 쥐고 스스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 경쟁을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축적된 이윤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며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직원에게 더 투자할 수 있다. 반면, 경쟁하고 있는 회사는 가격을 시장에 맞춰야 한다. 이윤을 얻지 못해 단기적으로 생존을 위해 투쟁할 수밖에 없다.

물론 저자가 모든 종류의 독점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며, 기존의 독점 개념과 구분하기 위해 '창조적 독점'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이는 너무 뛰어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서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동시에 / 다른 회사들은 감히 비슷한 제품조차 내놓지 못해 / 그 제품을 만든 사람 혹은 기업이 지속 가능한 이윤을 얻는 것을 말한다. 설명이 복잡하지만, '탁월함으로 창조한 결과 주어지는 독점' 정도로 요약해볼 수 있겠다.


독점기업의 특징

독점을 이뤄낸 기업들은 저마다 고유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다음의 네 가지 특징 중 몇 가지를 가진다. 이 특징들은 사업을 분석하는 데 있어 유의미한 척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순서에서 짐작할 수 있듯, 저자는 책의 전반에 걸쳐 기술을 강조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브랜드 전략 하나만으로는 독점을 효과적으로 강화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밝힌다. (역시 기술이 있어야...)


숨겨진 비밀 찾기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사업을 준비할 때, 이미 보편화된 관습에서 출발하는 것은 가장 쉬운 방법일 수는 있지만, 1에서 n으로의 방향으로 치열한 경쟁에 뛰어드는 행위이다. 반대로 경쟁을 피하기 위해 미스터리의 영역에서 출발하면 0에서 1을 만드는 것이 아예 불가능할 것이다. 저자는 ZERO TO ONE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세상에 '숨겨져' 있으며, 기존의 통념에 반대되는 질문들을 던질 때 이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정말 중요한 진실인데 남들이 당신에게 동의해주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정말 가치 있는 기업인데 남들이 세우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옳은 대답은 모두 숨겨진 비밀에 해당한다. 중요하고, 알려지지 않았고, 어려운 일이지만 할 수 있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이들 질문을 통해 아무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숨겨진 비밀을 발견할 때 위대한 기업이 만들어지게 된다. 대표적인 예로 Airbnb를 들 수 있다. Airbnb는 다른 사람들이 전혀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었던 수요와 공급을 발견했다.

어차피 정해진 답이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저마다 고민을 통해 자신만의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위의 질문이 가지는 힘은 강력하다. 스타트업에 뛰어드는 건 꼭 창업을 하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중요한 진실이라 생각하는 것,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메시지 또한 내포하고 있다. 내 생각이 비록 기존의 통념과 달라 사람들이 동의해주지 않더라도 말이다. 아니, 오히려 사람들이 동의한다면 의심해봐야 하고, 동의해주지 않는다면 더욱 확신을 가져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른다고 미래가 되지는 않는다

맺는말은 더 강력하다. 미래를 만드는 것은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는 것. 세상에 아직도 숨겨진 비밀들이 많다는 사실을 믿으며, 낯설고 신기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계속해서 스스로 생각할 것을 주문한다. 그래서 ZERO TO ONE의 순간을 만들어 낼 때, 단순히 지금과 다른 미래가 아니라 조금 더 나은 미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꼭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기존에 당연시 여겼던 생각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하고, 개인의 커리어나 삶에도 적용해볼 수 있는 측면이 많다는 점에서 충분히 읽어봄직한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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