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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기범 Jul 28. 2018

책,
잘 읽는 방법은 없다

[북런치 #12] 책 잘 읽는 방법

'글쓰기에 대한 글'과 '책 읽기에 대한 책'은 그 존재 자체로 묘한 구석이 있다. 잘 쓰는 법을 설명하는 그 글부터가 잘 쓰인 글이어야 할 테고, 잘 읽는 법을 알기 위해 일단 책을 잘 읽어야 한다니. 어쨌거나, 그간 글 잘 쓰는 방법에 대한 책은 많이 봤는데, 책 잘 읽는 방법에 대한 책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책 제목도 무려 '책 잘 읽는 방법'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읽은 책을 하나둘 꾸준하게 소개해오던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 마침내 '책 읽기에 대한 책'을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그 만의 특별한 책 읽는 방법이 있을 거란 기대보다, 그냥 그 많은 책들을 어떻게 다 읽었는지 궁금했다.


책을 사서 표지를 넘기자마자 스스로를 '과시적 독서가'라 소개하는 대목부터가 눈에 들어왔다. 과시와 독서. 두 단어의 만남이 뭔가 신선하면서도 왠지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내 깨달았다. 오랜 시간 여러 권의 책을 읽는 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 편견처럼 굳어진 나만의 책 읽기 방법(dos & don'ts)이 있구나. 이 책은 나의 독서 편견들을 발견하고, 하나둘 깨뜨리는데 도움을 주었다. 혹시 나와 비슷한 독서 편견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다섯 가지 포인트로 정리했다.



1.

책 읽는 것 자랑 좀 해도 괜찮다

(과시적 독서에는 나름의 유익이 있다)


이렇게 한 편 두 편 올리다 보면 나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고, 그걸 인식하다 보면 책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책을 더 열심히 읽게 돼요. 전후가 바뀐 것 같지만 아주 효과적이에요. 과시적으로 꾸준히 책 읽기를 자랑하다 보면 책 읽기를 많이 할 수밖에 없게 되죠.


명확하고 순수한 목적(내용을 소화 & 기억하기 위한 기록 / 추천하기 위한 공유 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읽은 책을 SNS에 올리는 건 여전히 민망하게 느껴진다. 왠지 자랑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저자가 설명한 과시적 독서의 유익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 페달을 밟듯, 꾸준한 책 읽기의 관성을 만들어 낼 수만 있다면, 의식적으로 과시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2.

사실, 다 읽지 않아도 괜찮다

(재미없고 어렵게 쓴 저자를 탓하자)


책을 끝내지 못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냥 책에 미안한 생각을 버리고 쿨하게 여기세요. 내가 게을러서가 아니라 재미없어서 끝까지 못 읽은 거라고요. 나와 지금을 맞지 않는 책이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다른 책으로 넘어가면 돼요.


좋은 건 알겠는데, 참 안 읽히는 책을 만날 때가 있다. 무슨 의무감 때문인지, 책 값이 아까워서 그런지 다 읽어 보겠다 씨름하다 보면, 흥미를 잃고 한동안 책을 멀리하기에 이른다. 다음에 그런 책을 읽게 되면 과감하게 넘겨버려야지. 재미없고 어렵게 쓴 저자를 탓하며.



3. 

소중히 다루지 않아도 괜찮다

(흔적을 많이 남긴 책이 소중한 책이 된다)


책을 소중하게 다루면 책을 깨끗하게 읽어야만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이 생겨요. 책은 소중히 다루지 않아도 돼요. 접고 밑줄 친 내용들하고는 언젠가 다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요. 책에 흔적을 많이 남겨두세요. 그럼 그 책이 더 소중해질 거예요.


입사 직전에 읽은 책을 3년차 직장인이 됐을 때 다시 읽어 본 적이 있다. 그 당시의 고민이 담긴 메모들, 생각이 머물렀던 밑줄 친 문장들. 마치 그때의 나와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었다. 책이 소중해서 깨끗하게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흔적을 많이 남긴 책이 소중해지는 거구나.



4.

베스트셀러 & 스테디셀러를 살펴보자

(시대정신과 시대를 초월한 정신이 담겨있다)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것도 중요해요. 한 달 넘게 베스트셀러에 있는 책들은 시대정신이 담긴 것이거든요. 왜 많은 사람들이 지금 그 책을 읽고 있는지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같은 이유로 스테디셀러에도 주목하면 좋겠어요.


유행에 휩쓸리는 것 같은 기분에 베스트셀러는 괜히 피하게 된다. 스테디셀러를 읽기엔 요즘 새로 나오는 책들 읽기도 바쁘다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둘을 읽어야 하는 (혹은 최소한 리스트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상당히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 베스트셀러에는 시대정신이 담겨있고, 스테디셀러에는 시대를 초월한 정신이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 사서 읽지는 못하더라도 사람들이 지금 어떤 책을 읽고 있고, 왜 그 책을 찾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5. 

내용을 다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다

(시험공부하듯 독서하지 말자)


책 내용을 다 기억 못했다고 실망할 필요가 없어요. 우리가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영화 내용이나 대사를 다 기억 못하는 것처럼요. 당장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후에 다른 책들을 읽다 보면 하나씩 하나씩 어떻게든 도움이 됩니다.


다 읽었는데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책들이 있다. 제대로 안 읽었나 싶은 실망감과 허무함이 밀려온다. 반복되다 보면, 마치 시험공부하듯 기억해야 한다는 강박을 무의식 중에 느끼며 책을 읽게 된다. 누가 이렇게 지적해 주기 전엔 내가 그러고 있는지 스스로 깨닫기도 어렵다. 머릿속에 저장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겠다. 언젠가 어떻게든 도움이 되겠지 하며.




김봉진 대표는 '책 읽기의 목표는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것'이라 말하며, 책의 전반에 걸쳐 독서를 운동에 비유하고 있다. 


독서도 운동처럼 체계적인 방법과 꾸준함이 필요해요. - P8

좋은 운동이 몸의 근육을 만들듯이, 좋은 독서는 생각의 근육을 만들어내요. - P52

원래 책을 읽는 건 힘들어요. 헬스장에서 꾸준히 운동해야 근육이 생기는 것처럼, 책도 계속 읽어야 하거든요. - P80

매번 가벼운 책들만 읽으면 그 상태에 멈춰버려 발전하기 어려워요. 근육을 만들 대 같은 무게의 덤벨을 꾸준히 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간에 한 번씩 무게를 올리거나 버티는 시간을 늘려서 레벨을 올려야 할 때가 있잖아요. - P82


생각의 근육을 키워서 내가 가지고 있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을 보기 위한 독서. 그 목적에 부합하기만 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 그 목표를 이룰 수만 있다면, 자랑을 하든, 다 읽지 않고 다음 책으로 넘어가든, 뭘 하든 상관없다. 그런 의미에서 '책 잘 읽는 방법'은 없다. 그것을 깨닫는 것이 책을 잘 읽는 출발점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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