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북런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기범 Aug 06. 2018

당신의 직업은
안녕하십니까?

[북런치 #13] 직업의 종말

사업을 하셨던 아버지는 직원들 월급날이 다가올 때면 습관처럼 '월급쟁이가 최고다'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내가 막상 '월급쟁이'가 되어 체감하는 위기감을 부모님은 이해 못하실 것이다. 내가 그분들의 나이로 그 시대를 살지 않은 것처럼, 그분들은 내 나이로 이 시대를 살고 있지 않다.


'안정성'은 직업 선택에 있어 중요한 고려요소 중 하나다. 문제는 안정성에 대한 우리의 판단이 대개의 경우 시대를 앞서지 못한다는데 있다. 80년대의 건설사, 90년대의 조선업, 00년대의 금융사, 10년대의 공기업을 생각해보자. 당시만 해도 가장 안정적인 직업이자, 성공적 진로 선택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어떠한가? 또 앞으로는 어떠할까? 더 큰 문제는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고, 그 변화가 성역 없이 거의 모든 직업 영역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직업의 종말'은 직업과 관련된 변화의 방향과 흐름을 잘 포착해 정리했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책에서 말하는 직업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저자는 직업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으며,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일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에서 제시하는 근거들을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지금의 상황과 변화의 흐름, 그리고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 지에 대해 조금 더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1.

직업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저자는 먼저, 전문 지식을 기반으로 안전하게 보호받았던 직업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세 가지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① 지난 10년간 통신기술이 급격히 발달했고 전 세계 교육 수준이 향상되었다. 이는 기업들이 특정 지역이나 국가를 넘어 어디서나 필요한 인력을 고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② 오늘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불문하고 기술이 노동자들의 작업장을 빼앗는다는 생각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기술이 사무직 종사자들의 지식 기반 일자리까지 빼앗아가고 있다.

전통적인 대학 학위(학사, 석사, 박사)가 너무 흔해져서 예전에 비해 가치가 낮아졌다.


직업마다 속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중요한 것은 변화의 방향성이다. 언제고 안정을 보장할 것 같았던 회사의 울타리, 전문성의 울타리가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게 직시해야 한다. 아직은 괜찮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당장의 안정성에 안주하는 것이 미래의 안정을 크게 위협하고 있을 수도 있다. 관련해서 MBC 스페셜 '10년 후의 세계'편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직업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이고 다양한 사례를 들어 잘 설명하고 있다.



2.

앙트레프레너의 시대가 온다


앙트레프레너(Entrepreneur)는 기업가/창업가 정도로 번역해 볼 수 있겠다. '앙트레프레너의 시대가 온다'는 것은 쉽게 얘기하면, 이제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말이다. 저자는 그 근거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생산도구의 대중화로 상품 창출 비용이 감소한다.

유통구조의 대중화가 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킨다.

③ 매일 새로운 시장이 창출된다.


과거에는 사업을 벌일 때 시간과 돈이라는 두 측면에서 대규모 선행투자를 해야 했다. 창업은 '모 아니면 도'의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창업비용이 낮아진 데다 틈새 기회가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극복해야 할 기술적 장애가 줄어든 까닭에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일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


이제 아주 쉽게, 저렴한 비용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고 제작해볼 수 있다. 심지어 텀블벅, 와디즈 등의 클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시작에 필요한 자본을 구할 수도 있게 되었다. 유통구조 또한 대중화되었다. SNS를 통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손쉽게 홍보하고 판매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소셜 채널에서 바이럴을 통해 대박 난 상품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러한 생산도구와 유통구조의 대중화는 틈새시장을 만들어 낸다. 사실, 복잡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간단히 말하면, '나도 해볼 수 있겠는데?'하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3.

단계적 접근법을 택하라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지?', '지금 당장 퇴사하고 스타트업을 만들어라는 말인가?' 하는 질문들이 생길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단계적 접근법을 택하라고 조언한다.


오늘날 능숙한 창업가들 중에는 부업으로 관심 분야 프리랜서 일을 하다가 전업 프리랜서나 컨설턴트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경우에 따라서는 직접 개발한 상품을 출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창업에 들어가기보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는 것이다.


당장 회사를 관두고 창업에 뛰어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퇴근 후에는 개인적 관심 분야에 시간을 투자하고, 그와 관련된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해 볼 수 있다. 생산도구와 유통구조가 대중화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큰 품을 들이지 않고도 가능하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그냥 해보고 싶었던 것을 가볍게 차근차근 시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창업 기회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딴짓'을 시작해 보자.




'직업의 종말'이 주는 교훈은 불안해하거나 조급해하라는 것이 아니다. 당장 창업을 준비하라는 말도 아니다. '지금까지 괜찮았으니까 앞으로도 괜찮을 거야'하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나태함을 경계하고, 미래의 관점에서 변화의 방향과 흐름을 살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선택한 '안정적인 직업'의 배신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책 내용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추수감사절 칠면조' 비유를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맺고자 한다.


추수감사절용 칠면조는 태어난 날부터 모든 면에서 모든 것이 나아지기만 하는 삶을 산다. 칠면조는 안전하게 살균된 환경에서 태어나 매일 먹이를 먹고 보살핌을 받는다. 이런 패턴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반복된다. 칠면조는 먹을 것이 풍부하고 살 곳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다 11월 네 번째 수요일, 지난 시간의 데이터가 삶이 계속 개선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순간, 칠면조는 깨닫는다. 칠면조가 되는 것이 그리 좋은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 P103



'추수감사절 칠면조'가 되지 말자.


KB

매거진의 이전글 책, 잘 읽는 방법은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