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권의 책을 독파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올해도 거의 매일 일독을 하며 300권이 훨씬 넘는 책을 읽어오고 있다. 모티머 애들러는 이렇게 말했다. “좋은 책의 관건은 당신이 몇 권을 돌파하느냐가 아니라 그 중 몇 권이 당신을 독파하느냐에 있다.” 책을 읽다가 이 문장에 잠깐 멈춰 섰다. 그리고 올해의 독서 여정을 잠깐 되짚어 본다. 너무 서둘러 읽지는 않았는지, 나를 돌파한 책은 몇 권이나 되었는지.
그렇다. 이제 나에게 몇 권의 책을 독파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의 인생을 한 뼘이라도 더 넓히고 나를 뚫고 지나가는 책을 만났는지가 중요하다. 물론 모든 책은 어떤 형태로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책의 내용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나의 상태와 시기에 따라서 그 책은 유명하지 않더라도 아주 강력하게 작용할 수도 있고, 매우 훌륭한 책이라도 미미하게 다가올 수 있다.
내가 책을 읽는지 책이 나를 읽었는지 모르게 몰입하며 책을 읽은 적도 많았다. 그래서 나의 첫 책도 독서에 대한 것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존재와 인격의 많은 세밀한 많은 부분이 책을 통해 형성되었고 독서는 내 삶 속에 깊숙이 자리가 잡고 있다. 더 읽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이미 수천여권의 책을 읽어왔지만 나는 왜 여전히 책을 읽으려 할까?
첫째, 책을 읽을 때 나를 잊어버리게 된다. 무슨 말인가? 누구나 자신에게 몰입되어 있다. 그것이 일과 관련된 것이든 어떤 걱정거리든지 지나친 비교 속에서 오는 자기 연민 등은 나에게 깊이 침잠하게 해서 더 깊은 우울과 부정적 생각과 감정 속을 허우적거리게 한다.
C.S 루이스는 좋은 독서에 대해서 다음의 세 가지와 연결한다. 즉 애정활동, 도덕활동, 지성활동이다. 독서는 애정활동이나 도덕활동이나 지성활동은 아니지만 그 셋 모두와 공통점이 있다. 사랑할 때 우리는 자아를 벗어나 타인 안에 들어간다. 도덕 면에서도 정의나 자비를 실천하려면 타인의 입장이 되어 자신의 경쟁적 성향을 초월해야 한다. 또 무엇이든 대상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주관적 사실을 버리고 객관적 사실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이 세가지 활동과 같이 독서를 할 때 우리는 나를 벗어나 타자의 세계로 들어가며 나에 대한 깊은 과몰입을 벗어나서 숨을 쉴 수 있도록 한다.
둘째, 책을 읽을 때 자신 존재를 확장하게 된다. 우리 모두 어린 아이에서 어른의 시기를 지나며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해 간다. 그것은 내면을 깊게 하는 것일 수 있고 외연을 넓히는 것일 수 있다. 이를 멈추는 순간 퇴보를 경험한다. 그것이 인간이다. 독서는 이를 도와준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직접 감각하지 못했던 감정, 경험을 일깨운다. 그들의 감각세포는 늘 깨어 있고 놀라운 감상의 안목이 그 안에 잠재되어 있다.
세째, 책을 읽을 때 내가 사는 세계가 넓어진다. 내가 미처 접하지 못했던 세계, 살지 못했던 세계를 만나며 간접 경험하게 된다. C.S루이스는 책을 통한 풍부한 간접 경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어떤 주제든 직접 경험한 것만 말할 수 있다면 모든 대화가 아주 빈곤해질 걸세.” 1독서는 내 세계가 넓어지는 길이다. 이런 경험을 가지고 현실 세계로 들어간다면 그 전에 같은 것을 보아도 미처 보고 듣지 못했던 세계를 더욱 풍요롭게 즐길 수 있다. 자시만의 스토리에 머무는 사람의 세계는 너무 작다. 그리고 너무 지루하고 숨 막힐 것이다. 이는 자기 자신으로만 만족하다가 자신이라는 감옥에 결국 갇혀 있는 것과 같다. 자신의 세계가 전부인 줄 알고 그들은 살아간다. 이것은 시대에도 적용된다. 자신의 시대의 관점이 전부인 줄 알고 과거로부터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이 또한 수많은 오류와 편견을 낳는 일이다.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을 읽고 배우며 자신의 눈에 있는 티끌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또한 문학을 통해 다양한 인간들을 미리 만난다면 인간을 이해하는 폭도 날마다 마주치는 각양각색의 인간군상에서도 소중한 것을 찾아낼 수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때론 가족에게 직장 동료에서 치이고 오해하고 상처받는가. 그러나 책 속의 다양한 인물들의 캐릭터와 그들의 스토리들을 듣다 보면, 나와 너를 이해하게 되는 객관적인 시선을 얻게 된다. 그럼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나와 너의 전체 그림을 보게 되고, 수용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인생에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복이지만, 좋은 책을 만나는 것도 매우 큰 축복이다. 좋은 책을 만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추천 도서들을 참조하는 것도 좋겠지만 나는 많은 책을 읽고 경험해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다 다르듯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책도 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 딱 떨어지는 책, 나만 알고 싶은 보물과 같은 책을 발견하는 기쁨을 경험해 본 사람만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런 책을 만나기 위해 책 속을 탐험한다. 그러니 오늘도 묵묵히 읽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