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기의 달인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모레 할 수 있는 일을 결코 내일로 미루지 않는다
-오스카 와일드


지나고 보니 나는 완벽주의 형의 사람이었다. 완벽주의는 철저한 계획형의 삶의 형태로 드러났다. 그러나 지난 삶을 돌아보건대 실행은 50퍼센트도 되지 않았다. 오랜 기간 나에 대한 탐구와 성찰 속에서 그 원인을 발견했다. 깊은 열등감 속 두려움은 실행을 가로막았고, 이를 대체하는 유일한 실행은 계획을 세우는 것이었다. 계획을 세우는 순간만큼은 온갖 상상력으로 채워져서 즐거웠다. 그러나 이 만족함으로 끝, 희열은 그때뿐, 두려움은 실행을 막았고, 실행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이어져 하루를 짓눌렀다. 다음 날로 이어진 죄책감은 나를 또 다른 계획으로 밀어 넣었다.


그러나 이제 오랜 독서를 통해 존재에 대한 구멍을 채워갈 수 있었고, 완벽하지 않아도 시작해도 괜찮다는 목소리를 그제야 발견할 수 있었다. 글쓰기 또한 그렇다. 공저와 책쓰기 코칭하고 있기에 여러 사람이 문의한다. 자기의 이야기가 담긴 책 한 권을 가지는 것은 많은 이들의 버킷리스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좀 더 준비가 되면 시작할게요. 연습하고 올게요.’라는 대답을 많이 듣는다. 그래서 글쓰기와 관련된 책과 강의, 이론으로 든든히 채운다. 그러나 정작 한 줄도 쓰지 않는다면 글력은 절대 늘 수 없다. 운동에 관련된 책을 아무리 읽는다 해도, 아령 하나 들지 않는다면 근력이 자라지 않는 이치와 같다.


다시 직시해 보자. 우리가 글쓰기를 미루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빠서? 평생 못 쓴다. 글을 써야만 하는 이유를 진지하게 다시 고민하고 분명한 목표 설정과 우선순위를 세워보자. 글을 써야만 간절한 이유를 발견했다면 그것은 동력이 되어 어떤 환경에서도 글을 쓰도록 이끌어 줄 것이다. 글을 못 써서? 그래서 써야 한다. 글은 써야 써진다. 습관이 안 들여져서? 혼자 안 된다면 글을 쓰는 환경을 강제적으로라도 만들자. 글쓰기 모임을 추천한다. 지금, 이 글도 내가 만든 글쓰기 모임에서 쓰는 중이다. 마음에 드는 글 모임이 없다면 자신이 만드는 것도 강력히 추천한다. 리더는 도망갈 수 없기 때문이다.





제목 없음 (1080 × 900px) (2).png




글을 써야 하는 진짜 이유를 발견할 때까지



이보다 좀 더 본질적인 질문으로 들어가 보자.


《쓸수록 내가 된다》의 저자 손화선은 국문학과 출신 기자이다. 그녀는 공황을 경험했고, 20대에는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 점점 자신이 누구인지 흐릿해지고, 자신이 점차 사라지는 것 같아 글쓰기를 다시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나란 사람이 흐려져서 없어질 지경에 이르렀을 때 미치도록 쓰고 싶었다.

내게 글쓰기란 지적이고 우아한 활동이라기보다

불현듯 맞닥뜨리는,

삶을 가로막고 선 벽을 뚫고자 하는 거친 돌파였다. 《쓸수록 내가 된다》 중에서



그녀는 글쓰기가 “생존 그 자체였고 언제고 내가 연기처럼 사라져버릴 것만 같은 순간이 오면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방법”이었다고 한다. 이어서 “이 세상이 내게 말도 안 되게 덤벼들 때조차 조금도 기죽지 않게끔 나를 북돋웠다.”며 글쓰기가 자신을 일으켜 세웠으며, 구원임을 밝힌다.



펜을 든 자가 세상을 바꾸는 법이죠.

-영화 <콜레트> 콜레트 (키이라 나이틀리)의 대사




펜은 세상을 바꾼다. 그러나 그 전에 그 펜을 든 사람을 먼저 바꾼다. 책을 쓰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이다. 책 출간은 메시지로 세상을 바꾸는 행동이다. 그러나 출간 전 쓰는 과정에서 내가 써 가는 글이 나를 먼저 바꾼다. 씀으로써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마주해가며 세상에서 유일한 내가 되어 가는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나'로 살아가고 있는가. 정신없이 하루를 살다 보면 수많은 일과 역할에 묻혀서 정말 중요한 ‘나’를 놓치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글쓰기는 세상을 바꾸기도 하지만 먼저 글 쓰는 그 사람을 바꾼다. 왜냐하면 글쓰기는 자신을 진실하게 직면하는 시간이며, 글 앞에서만은 자신을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속이는 글을 쓰면 그만큼 글쓰기는 재미없게 된다.


글을 쓰고 싶은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읽다 보니 쓰고 싶었다. 나를 찾고 싶었다. 나를 더 단단히 만들어가고 싶었다. 매년 내가 공부하고 경험한 내용을 휘발시키지 않고 책으로 농축해 담고 싶었다. 내 전문성을 탄탄히 하고 싶었다. 그 과정을 기록하고 싶었다. 기록한 것을 나누고 싶었다. 메시지로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풍요롭게 하고 싶었다. 그렇게 매년 책을 내고 싶었다. 책쓰기로 나를 브랜딩하고 싶었다. 나의 지식과 경험이 담긴 책이 넓은 세상과 연결해 줄 다리가 되어 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싶었다. 이상은 내가 글을 쓰고 싶은 간절한 이유다.


당신이 글을 쓰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 간절한 이유 한 가지를 발견할 때까지 열 가지라도 스무 가지라도 그 답을 찾아 적어 보자. 미루는 이유보다 쓰고 싶은 이유가 많아지고 분명해질 때 절대 포기할 수 없게 된다. 미루는 이유를 철저히 파헤치고 그 안에 숨겨진 무수한 핑계와 심리적인 문제를 직면하자. 그 원인을 찾아 들어가다 보면 글쓰기에 저항하는 진짜 이유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럼, 이제 닥치고 써 볼까? 더 이상 도망가지 말자. 미루기의 달인은 이제 그만 내려놓자.




논제 연구원 (1).png 또 다른 세계로 이어줄 책쓰기의 모든 것

책 정보 보러가기 ▶ http://iryan.kr/t7es944bac


말과 글로 나를 치유하고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갑니다.

책마음 변은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