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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마음 Oct 07. 2023

사진관 마케팅의 빛과 어둠

유쾌했던 가족 사진 이벤트  






SNS는 다양한 정보를 얻는 수단이 된다. 정보의 쓰나미로 오히려 길을 잃기도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기도 한다. 개인과 기업의 광고성 글도 많이 올라온다. 보통 광고성 글은 많이 지나치게 되는데 어느 날 사진 이벤트 광고가 눈에 띄었다. 가끔은 단톡방에도 올라오는 사진 이벤트 홍보 글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 이벤트라 나도 모르게 저장해 놓고 이벤트를 신청했다. 그러나 가족 전체가 시간을 내야 하는 부담감과 여러 일정에 밀려서 활용하지는 못했었다.      


추석이 다가오는 즈음에 이 이벤트가 또 눈에 들어왔다. 이번에는 제주도 2박 숙박권과 24시간 렌트비 혜택이 유독 눈에 크게 띄었다. 그것도 1년 안에 언제든 갈 수 있다는. 당장 제주도 일정 계획은 전혀 없었지만, 무료 이벤트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생각해 보니 가족사진이나 제주도 여행은 누구나 한 번쯤, 그리고 언제든 추억을 남길 콘셉트는 분명하다. 


120팀만 뽑는다고 하니 우선 신청해 보고, 일정이 안 되면 지난번처럼 포기하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지원했다. 며칠 뒤 문자가 왔다. "이벤트에 당첨되셨습니다." 지난번에는 문자가 와도 미처 확인조차 못했었는데, 이번에는 조금의 여유가 생겨서일까? 어느새 가능한 일정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러나 몇 명 되지 않은 가족일지라도 가족 전체가 일정을 맞추기는 참 어렵고 귀찮은 일이다.     


그런 생각 중에 전화가 왔다. 추석 연휴에도 이벤트가 진행된다고 한다. 와우! 휴일이라면 시간을 내기가 훨씬 수월하다. 고객의 불편을 이리 정확히 알고 맞춰주다니! 처음에는 우리 가족과 근처에 계신 친정 부모님만 찍으려고 했다. 명절이라 서울 동생네도 함께하는 행사로 커졌다.     


미리 보내준 네 장의 사진 샘플은 한복, 웨딩, 추억, 캐주얼 느낌의 사진들이었는데, 매우 세련되었고, 화목해 보였다. 사진뿐 아니라, 전원 의상 대여와 여든이 넘으신 부모님은 메이크업까지 포함된 이벤트였다. 우리 가족도 저런 옷을 입고 화장도 멋지게 하면 추억이 담긴 좋은 작품 하나가 나올 거 같았다.     


그러나 이번 명절에는 두 동생네가 내려오는 날짜가 달랐다. 더군다나 사진 찍는 당일, 동생네 한 가족은 시간 안에 맞춰 내려오기 힘들다는 의사를 표했다. 같아서 포기하려고 했다. 이런 상황을 사진관에 이야기했더니 감사하게도 사진 찍는 시간 안에만 도착하면 어떻게든 동생네 가족들도 기다려 주겠다고 했다. 정말 친절한 사진관이구나 싶었다.     


사진관에 들어서자 여러 명의 직원은 우리 가족을 적극적으로 환대해 주었다. 사진 찍는 작가부터 메이크업, 의상을 돕는 스텝까지 누구 하나 친절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모든 것이 우리 가족을 위한 맞춤 서비스 같았다. 옷과 가족에 대한 칭찬 등등 모두가 기분이 좋았고, 사진 찍는 내내 즐거웠고 화목했다. 원래 없던 서비스들도 추가되었다. 예를 들면 우리 가족은 한복 콘셉트만 찍기로 했는데, 부모님의 웨딩콘셉트, 딸들의 헤어손질도 추가되었다. “이건 추가로 해 드리는 거예요.”라는 말도 빠지지 않았다.      


실제로 사진 찍는 모든 과정이 무척이나 즐거웠고, 여든이 넘으신 부모님들도 매주 좋아하셨다. 정말 열심히 다양한 콘셉트로 찍어주셨다. 그러나 잊고 있었다. 무료 이벤트로 주어지는 사진은 단 한 장의 사진뿐이라는 것을. 사진관 실장이라는 분은 모든 과정을 마무리하고, 찍은 사진을 보여주겠다면서 작은 방으로 가족들을 안내했다. 1시간 반 동안 찍은 사진만 360장이라고 한다. 먼저 보여준 것은 사진 한 컷 한 컷이 아니라 빠르게 작업한 감성 음악이 깔린 슬라이드 영상이었다. 영상만 바라봐도 흐뭇하고 감동이 밀려왔고, 우리 가족이 꽤 행복해 보였다. 어느 순간 ‘그중에 사진 한 장만 어떻게 고르지?’라는 갈등이 마음 안에 생기고 있었다. 아날로는 액자는 못 가져도 저 디지털 원본 영상은 갖고 싶다는 욕망이 일어났다.     

 

이어지는 실장님의 설명. 무료 이벤트에서 제공되는 액자 하나, 포켓 사진 4장 외에 더 추가하는 앨범의 종류와 가격을 제시했다. 벽에 걸려 있는 액자들을 둘러보았다. 200만 원이 훌쩍 넘는 액자도 많았다. 옆에 있던 동생이 한마디 했다. “결혼 앨범도 잘 안 보는데, 이렇게 큰 건 필요 없어요.” 순간 실장님의 시선이 약간 사늘해졌지만. 우리의 마음을 빠르게 읽으셨는지, 가장 작은 사이즈의 앨범 하나를 보여주셨고, 우리는 그 앨범과 함께 모든 디지털 원본을 100만 원에 구매했다.      


의상 대여부터 메이크업까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주어지는 경험에 비하면 그래도 싸게 구매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서너 가족이 함께 부담하는 가격이기에 더욱 그랬다. 이런 이벤트 마케팅이 아니었다면 시간 내어 함께 사진을 찍을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이 시간과 들인 비용을 후회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친절하면서 조금은 과도할 수도 있는 서비스로 제공되는 사진 찍는 과정이 이렇게 재미있었던가. 부모님의 연세를 생각하면, 언젠가 가족들과 또 다른 콘셉트로 다양한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      


이제 몇백 장의 사진 중에서 앨범에 들어갈 12장의 사진을 선택하고, 편집과 수정할 곳만 정리해서 보내면 된다. 이벤트 마케팅이 아니었다면 경험해 보지 못했을 추억 하나를 이번 명절에는 만들었다. 그런데 왜 마음 한구석이 이리 찜찜할까. 아, 깜박했다. 언제 갈지도 모를 제주도 숙박권과 렌트비를 못 받았다.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그전에는 그렇게도 빨리 왔던 답장이 감감무소식이다. 친절서비스는 다 어디로 간 거지? 계속 들이대볼까? 추억을 쌓았으면 됐지? 하는 마음이 여전히 오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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