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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토닥 Apr 10. 2022

누구나 같은 출발선에 있지 않다

흙수저가 바라보는 세상

나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유년시절의 대부분은 반지하와 단칸방에서 지냈다. 장사를 하시던 부모님은 정말 열심히 사셨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3평짜리 단칸방에서 형제가 따로 나와 살 정도로 집 형편은 힘들었었다. 나는 연예인들이나 부자들이 돈이 행복과 관련이 없다고 매스컴에서 나와 말하는 것을 싫어했다. 왜냐면 그들은 생존을 위협하는 처참한 가난을 체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돈은 인생에 있어서 우리 생각보다 더 중요하다.



가난하면 불행하다. 그냥 불행 정도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조차 지킬 수 없을 정도이다. 불만족스럽다를 뛰어넘어 먹고사는 문제까지 가난이 들이닥친다면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깨우치게 된다. 가난한 아이와 중산층 아이 그리고 부잣집 아이는 출발선이 다르다. 나는 이 사실을 깨우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내가 다른 사람들처럼 살면 안 되겠다를 처절하게 느낀 것은 서른 살이 되었을 때부터이다.





가난하다면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


가난은 가난을 불러온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가난하면 악순환의 고리가 생긴다. 가난하기 때문에 투자를 못하고 무언가 시작도 못해본다. 몸이라도 튼튼하면 다행이지만 어디라도 아프다면 골치가 아프다. 돈은 곧 권력이 되고 힘이 된다. 그런데 힘이 없으니 돈을 벌 수 가 없다. 이것이 바로 가난의 악순환이다.


그런데도 열심히 살아야 할까? 가난하다면 남들보다 더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 돈 되는 일은 전부 해야 한다. 어떤 일을 해도 상관없다. 설거지도 막노동도 아르바이트도 상관없다. 모든지 해야 된다. 가난하다면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되냐고 누군가 질문한다면 망설임 없이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면서도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말할 것이다.


나는 성인이 되자마자 아르바이트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일을 하지 않으면 남들처럼 보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옷을 살 돈도 밥 먹을 돈도 없으니 일을 해야 됐다. 대학교에 입학해서도 일을 해야 되니 공부는 뒷전이었다. 아르바이트에 대한 보상 심리로 밤마다 술을 마시고 놀았다. 술자리가 있으면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술을 마시다 보면 그 순간만큼은 행복했다.


시간이 지나자 나에게 남은 건 학자금 대출과 불어버린 몸뿐이었다. 공부를 안 했으니 학점은 엉망진창이었다. 졸업을 했지만 취업은 어림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일을 해야 했다. 그래서 진입 장벽이 낮은 계약직과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그런데 취업난은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 있어 다양한 직종을 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서비스 직종뿐 아니라 관공서, 웨딩업, 물류센터, 택배, 온라인몰, 요식업, 사회복지 등 다양한 곳에서 일을 하면서 배움의 기회를 얻었다. 나는 이 경험들 덕분에 고객의 심리와 서비스 그리고 대기업의 시스템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는 그 경험들을 가지고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출발선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일을 하다 보면 회의감이 들 때가 있다. 나와 같은 나이 때 사람들이 깔끔하고 부티나는 차림에 재밌게 노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좋지 못하다. 나는 더러운 작업복에 힘들게 일하고 있는데 저 사람들은 말끔한 차림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질투가 나고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이다.


백종원의 [장사 이야기]라는 책에서도 내가 느낀 감정과 비슷한 이야기가 쓰여있어서 놀랐던 적이 있었다. 백종원은 쌈밥집으로 큰돈을 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자기와 비슷한 나이 때 남자가 부티나는 모습으로 아름다운 여성과 가게에 오셨는데 그 모습을 보고 왠지 모르게 자존심이 구겨졌다고 한다. 장사뿐만 아니라 일을 하다 보면 이런 상황을 종종 겪게 된다. 돈을 번다는 것은 남들이 하기 싫은 일을 해야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스스로 회의감이 들거나 자존심이 꺾이기도 한다.


나는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다시 마음을 고쳐먹는다. 내가 부족한 것도 있겠지만 출발선이 다르다는 점을 떠올리는 방식으로 말이다. 누구나 같은 조건으로 인생을 살아가지 않는다. 같은 출발선에 있는 것처럼 보여도 걷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자동차를 타는 사람도 있다. 또는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는 사람도 있다.


내가 짐이 가득한 리어카를 끌고 출발하는데 자동차를 타고 출발하는 사람과 비교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자동차를 탄 사람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모두가 같은 환경과 조건을 가지고 있지 않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동차를 타는 사람은 비행기를 타는 사람을 질투할 것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게임, 연애, 취미?

나에게 있어 사치가 돼버리다


메타인지라는 말이 있다. 자신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스스로 인지하는 개념이다. 자신이 현재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 나는 게임도 취미도 술도 모두 끊어냈다. 돈을 모아야하기 때문이다. 연애는 사치가 되어버렸다. 애초에 연애 자체를 시작할 수 있는 방법도 떠올릴 수가 없었다. 왜냐면 돈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돈을 모으려면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 매일 일을 하느라 돈 쓸 시간도 부족했다. 당연히 취미를 만들고 사람들과 교류할 시간도 확보할 수 없었다. 나는 무작정 일만 했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말이다. 그 시간 동안 나는 학자금 대출을 모두 갚았으며 창업에 쓸 시드머니를 착실히 모아가고 있다. 내 계획은 10년짜리다.


서른 살이 되자마자 비참함을 느꼈었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고 그동안 나는 무엇을 했는지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진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나는 그 비참함을 마흔이 돼서도 느끼고 싶지 않았다. 사회에서 인정받지는 못할지언정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남편이자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그러려면 정말 열심히 살아야 했다. 일단 무너져가는 집부터 살려야 했다. 그리고 나는 모든 취미를 끊어내고 일에만 매진했다.



열심히 노력해도

실패할 수도 있다


나는 가끔 두렵다. 이렇게 열심히 살아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까 봐 말이다. 나는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다독인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도 있다는 것을 상기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조금이라도 확률을 높이기 위해 열심히 해보자는 식으로 스스로를 안심시키고 있다.


친구들뿐 아니라 남들은 너무나 쉽게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룬다. 진짜 허무할 정도로 말이다. 나는 그들과 출발선이 다르다. 가난하고 부모님도 챙겨드려야 한다. 동시에 내 미래 또한 스스로 개척해야 된다. 혼신을 다해도 눈에 띄는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특히 남과의 비교 때문에 공허감이 들 때가 많다. " 저 사람은 참 행복해 보이는데 나는 왜 이렇게 힘이 드는 거지?"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렇게 저렇게 머리를 굴려봐도 뾰족한 수가 없다. 열심히 사는 것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는 것이다. 일단 모든지 열심히 해보고 결과를 지켜보기로 마음먹었다. 성공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나는 오늘도 열심히 달리고 있다.


누구나 같은 조건으로 출발하지 않는다.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것처럼 보여도 모두가 다른 환경과 조건으로 시작한다. 남과의 비교가 무의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스로 어떤 위치에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만약 가난하다면 만사 제처 두고 가난의 늪부터 빠져나와야 한다. 가난은 당신의 재능과 기회를 모두 앗아가는 극악무도한 악마이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 https://m.cafe.daum.net/push21/JAtQ/3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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