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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토닥 Aug 06. 2022

힘이 약한 남자는 루저일까?

다윗과 골리앗

격투기 챔피언이자, 사업가인 한 남자가 팟캐스트 방송에서 이런 발언을 하였다. 



똑똑한 남자는 힘이 센 남자보다 약하다.
그리고 힘이 센 남자에게 아내를 빼앗기고 두들겨 맞다가 죽을 수도 있다.
힘이 센 남자가 최강이다.




얼추 이런 내용의 발언이었다. 자극적인 내용이지만 굉장히 흥미로운 주장이었다. 나는 신체적 힘이 약한 남성 군에 속한다. 전형적인 동양인 남자인 것이다. 만약 그 격투기 챔피언이 내 앞에서 나를 때리겠다고 으르렁거린다면, 나는 굉장히 곤란 해질 것이다. 그 덩치 큰 서양인은 아주 쉽고 빠르게 나를 아스팔트 위로 내려 꽂아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끔찍한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의문이 들었다. 그의 주장 대로라면, 나 같은 남성은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인가? 또한 주변을 둘러보자. 덩치가 크고 싸움만 할 거 같은 남성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적당한 체격의 남성들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자면,  힘이 약한 남성은 도태되어야 맞다. 자연선택은 생각보다 냉정하고 혹독하다. 힘 약한 남성이 살아남는 방법 따위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세상에는 힘이 센 남성보다 평균 체중의 남성들이 더 많다. 그러니깐 진화론적 관점으로 논증을 해보자면, 그의 파괴적인 주장에 반기를 들 수 있다는 뜻이다. 내가 내린 결론은 힘이 센 남성보다, 머리가 좋은 남성이 자연선택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연약한 남성도 지능을 상승시켜 후대에 자신의 유전자를 남겼을 것이다. 나 또한 몸은 평범하지만, 잔머리가 잘 돌아가는 남성이 조상일 가능성이 높다.



인간의 힘은 야생동물에 비해 보잘것없다. 인간과 가장 DNA가 유사하다는 침팬지는 성인 남성 두세 명의 힘을 능가하는 근력을 가지고 있다. 만약 침팬지가 지능까지 타고났다면, 혹성탈출이라는 영화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자연에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신체적 능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상 남성들은 자신보다 강한 동물들을 사냥해 왔다. 매머드, 고래, 등등 우리 조상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크기를 가진 동물들에게도 작살을 던져댔다.




다윗과 골리앗이 

알려주는 교훈


성경에 묘사된 다윗은 전형적인 왜소남이다. 평균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체격을 가지고 있다고 표현된다. 반면 그가 상대한 골리앗은 키가 2미터가 넘는 괴물이었다. 누구도 골리앗을 상대할 엄두를 낼 수 없었다. 다윗은 용기를 내어 골리앗을 쓰러트리겠다고 전장에 나선다. 골리앗은 다윗을 보고 비웃었다. 다윗은 골리앗이 방심한 틈을 타 돌팔매 질로 골리앗의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골리앗이 허무하게 쓰러지자, 적군은 모두 놀라 도망갔다. 작은 남자, 다윗의 승리였다.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간단하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남성의 주기능은 신체 능력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힘뿐만 아니라, 지능을 두루 갖춘 인물이 리더가 된다. 힘이 약하더라도, 대중을 장악하는 카리스마 (대중연설 능력),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드는 능력이 더 중요했다. 한나라를 세운 유방이 최강의 무력을 자랑하던 항우를 꺾은 이유는, 유방 특유의 친화력과 리더십 때문이었다.


즉 남성에게 중요한 능력은 리더십과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 책임감, 높은 지능이다. 무력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앞서 말한 리더십에 비할바가 못된다. 한 인간이 강해봤자, 다수가 집단으로 덤벼들면 금방 쓰러진다. 영화에서나 1대 다수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만약 1인이 무기를 가지고 있다면, 조금 달라지겠지만, 한 인간이 가진 무력은 나약하기 그지없다.



지능이

최고다


현대에 이르러서 지능이 낮으면, 먹고 살기가 힘들어졌다. 즉 이 말은 지능이 높은 남성은 돈도 잘 번다는 뜻도 된다. 최근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지능은 IQ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이 존재한다고 밝혀졌다. 신체 지능에서부터 시작해서 공감 지능까지 이해력뿐만 아니라, 타인의 기분을 파악할 수 있는 공감의 영역까지 확장됐다. 지능은 타고난다고 흔히들 착각하지만, 이는 오해이다. 지능은 후천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 왜냐면 뇌가 신경가소성이라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신경가소성 - 나이가 들어도 신경 다발이 유연하게 적용하여 뇌의 발달을 돕는다는 뜻


뇌는 끊임없이 변한다. 성인이 돼서도 고착화되지 않는 유일한 장기가 바로 뇌이다. 뇌는 쓰면 쓸수록 기능이 상승한다. 즉 지능이 올라간다는 뜻이다. 타고난 지능이 있고, 그것을 무기로 개발하면 누구나 똑똑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남성은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은 곧 지능 개발로 이어진다.


운동은 지능 개발의 보조 수단일 뿐이다. 보디빌더 수준의 근육을 갖추려면, 헬스장에서 24시간 살아야 한다. 그럴 수 있는 남성은 적다. 아니면 타고난 신체 능력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신체 능력이 그저 그렇다면 엄한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평범한 남성은 몸보다는 지능을 키우는 게 생존에 더 유리하다. 이는 과거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진정한

남성성


인간의 신체는 나약하다. 근육이 많아봤자 한낱 인간에 불과하다. 맹수 앞에서는 어떤 힘도 써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맹수 앞에서는 누구나 나약한 인간 남성일뿐이다. 그렇기에 맹수 앞에서 용감하게 맞서고 팀워크를 짜는 자가 리더가 된다. 이런 남성은 특별나게 신체적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 평균 수준의 몸을 가지고 정치력과 리더십을 내세워 무리의 우두머리가 된다. 


즉 남성의 가치는 힘이 아닌, 지능과 리더십으로 결정된다는 말이다. 지능과 리더십은 권력으로 이어진다. 신체적 힘이 아닌, 똑똑한 지능을 가진 남성이 리더가 된다. 그 격투가의 말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이 세상에 그와 나밖에 없다면 말이다. 다만 나를 지켜주는 사람들과 집단이 있다면 어떻겠는가? 또한 내가 무기를 가졌다는 변수가 있다면 어떻겠는가? 사람을 때리는 일이 그렇게 쉽게 되겠는가? 


현대 사회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애초에 똑똑한 지능을 가진 사람들이 설계한 사회이다. 그 격투가는 그 사회 시스템 덕분에 부자가 되었고 싸움만으로도 큰돈을 벌었다. 과거에 검투사를 보자. 그들은 노예였다. 그들은 그저 싸우다가 죽을 팔자였다. 하지만 현대는 어떤가? 선수라고 불리며 대접받는다. 인기가 많아지면, 큰돈도 벌 수 있다. 그래서 저런 말을 하는 걸 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 격투가의 말들을 좋아한다. 전부다 동의할 수는 없어도 가끔은 핵심을 찌르는 말을 자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똑똑한 남성이 아무런 힘도 없다는 그의 주장은 반박을 할 수밖에 없다. 


신체적 능력은 타고나야 된다. 운동선수는 하늘이 점지해준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하지만 지능은 다르다. 누구나 노력하면 지능을 상승시키고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지능을 개발하려는 노력은 가치가 있다. 꼭 훈련과 죽음을 각오하는 시합만이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국가, 군대, 경찰이 모두 폭력적인 집단이다. 그 폭력은 '우리'라는 바운더리를 지키기 위해 똑똑한 사람들이 설계한 국가 시스템이다. 우리는 그 시스템 덕분에 누구나 안전하게 살고 있지 않은가? 앞서 말했듯이 인간의 신체적 힘은 총, 칼 앞에서 무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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