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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토닥 Nov 13. 2021

남의 시선이 두려울 때

남자인데 축구를 안 좋아해? 뭐 볼링도 싫어한다고??

00 씨는 도대체 뭐하면서 살아?



나는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는 느낌이 들면 식은땀이 난다. 이 현상은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있었던 나의 어떤 특질이었다. 그래서 혼자서는 잘하던 일을 다 함께 하거나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나는 그래서 항상 무슨 일이든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초등학교 학적부에는 딱 4 단어만 적혀있다. 의지박약이다. 담임 조차도 나에게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의지가 없는 무기력한 아이로 보였나 보다. 이런 주변의 차가운 시선과 무관심은 나에게 타인의 시선을 더욱 두렵게 만드는 촉매가 되었던 거 같다.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만 했다. 원만한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그런데 쉽지 않았다. 특히 남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처음 무슨 일을 하게 되면 심장이 뛰는 게 느껴질 정도로 긴장이 되었다. 담대하지 못하고 소심한 성격으로 매력 없는 사람으로 비추어질까 봐 두려웠다.


마치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느낌도 받은 적도 있었다. 특히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을수록 더욱 그러했다. 누군가가 나를 응원하면 힘이 는 것이 아니라 더 위축되었다. 부담스럽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나는 이런 예민하고 소심한 성격이 싫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능숙해지는 것뿐이었다. 남들 앞에서 자신감 있게 할 수 있도록 능숙해지면 긴장하지는 않았다. 내가 이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 들인 노력은 꽤나 눈물이 날 정도로 험난하다. 어떤 일을 했을 때 정말 잘한다라는 평가를 받을 때는 뒤에서 남몰래  한 엄청난 노력과 연습의 결과물이었다.


남들이 그냥 즐기는 놀이에도 나는 혼자 따로 연습을 했다. 그래야 잘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지금도 나는 이 습관을 가지고 있다. 특히 공으로 하는 모든 놀이는 나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었다. 남자들은 야구와 축구 농구를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남자인데 공놀이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공이 싫은 이유는 간단하다. 내 맘대로 제어가 안되기 때문이다. 나는 빠르게 반응하는 것보다는 조금 진득하게 보면서 전략을 짜는 놀이에 더 큰 흥미를 느낀다. 역동적인 취미보다는 앉아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이 더욱 재미있다.


그런데 나는 남자다. 사회는 나에게 말한다, 너는 남자인데 축구를 안 좋아하냐?라는 틀에 박힌 질문을 자주 던진다. 그리고 나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아직도 나는 축구와 야구를 안 좋아하는 이 작은 문제 때문에 조금 재미없는 친구라는 평가를 받는 거 같다.


담배도 안 피운다. 술도 잘 안 마신다. 남자들이 좋아하는 웬만한 것에는 담을 쌓고 사는 거 같다. 최근에 들은 말 중에는 " 00 씨는 도대체 뭐하면서 살아?"였다. 나는 분명히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 거 같은데 믿지 않는 모양이다.





축구도 야구도 안 좋아해? 그럼 도대체 뭐를 좋아해?



나는 내가 아주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은 적이 많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 그리고 자연 속을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해도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왜 그럴까? 남자인데 그럴 일 없다는 결론을 이미 내린 것일까? 나는 정말 진심으로 물어보고 싶다.


" 남자면 전부 야구나 축구를 좋아해야 되는 건가요?"


나는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내가 무언갈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비판받을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축구와 야구를 좋아하지 않고 술을 싫어한다고 해서 나를 배척한다면 그 무리에 낄 생각도 없다.


특별함은 남들보다 탁월할 때나 쓰는 단어이다. 나는 특별하지 않다. 무엇인가 좋아하지 않는다고 이상한 시선을 받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런데 세상을 살다 보니 대다수와 취향이 다르다는 것이 참  불편하다고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사람들은 특히 같은 남자끼리 나와 가까워 지기 위해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좋아하는 게 하나도 일치하는 게 없으면 금방 나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되는 거 같다. 그건 나도 그러하다. 특별히 잘하거나 좋아하는 일반적인 취미가 없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큰 흠이 되기도 하는 것을 최근에 느끼고 있다.


특히 볼링은 내가 싫어하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스포츠이다. 무거운 공을 제어해야 하며 뒤에서는 내가 공을 던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정말 식은땀이 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깟 공 던지기에 그렇게 까지 긴장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내 모습이 참 어이없게 느껴질 때도 많다.


결론



나는 타인의 시선이 아직도 두렵다. 하지만 지금은 극복 방법을 알고 있다. 조금 귀찮고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 방법은 내가 잘하면 된다이다. 내가 자신감을 가지는 방법은 딱 하나이다. 많은 연습으로 능숙해지는 것이다.


나는 볼링 또한 능숙해지려고 한다. 제일 자신이 없고 스트레스받는 종목이지만 막상 누구보다 좋아하는 스포츠 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볼링은 쉽사리 우리 주변에서 자주 즐기는 스포츠지만 나는 그런 것도 담을 쌓고 살았다.


인생을 조금 더 재미있게 즐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회사 사람들과 볼링을 치러갔다. 회식 전에 갔는데 나는 결사반대를 했었다. 나의 다른 제안들은 전부 묵살되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볼링을 쳤는데 정말 힘들었다.


똑바로 굴렸다고 생각했는데 계속해서 또랑에 공이 빠졌다. 몇 번은 정확히 던졌지만 스스로 제어가 돼서 공이 잘 굴러갔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통제 불가능한 불안은 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10번을 던져야 되는데 정말 시간이 안 흘러가는 거 같았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까지 피하기만 할 것인가? 야구, 축구보다 볼링을 칠 일이 더 많지 않은가? 그럴 때마다 피하면 이상한 거 아닌가? 어린아이도 치는 볼링을 말이다. 나는 이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볼링을 취미로 삼아볼 생각이다. 제일 싫어하던 볼링을 말이다.


나의 극복 방법은 두려움에 맞서는 것이다. 나는 이 방법은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니체가 말했다.



 "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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