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그냥 하는 것이다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나는 글로 먹고사는 사람이다. 그래서 시시때때로 독자들의 반응을 민감하게 살펴볼 수밖에 없다. 조회수가 낮은 이유를 분석해보기도 하고, 어째서 좋아요와 댓글 수가 낮은지 확인해보기도 한다. 그런데 도저히 그 원인을 알 수가 없다.
나는 언제나 혼신의 힘을 다해 글을 쓴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단 한 번도 대충 쓴 적이 없다. 그런데 어떤 글은 알고리즘을 타고, 어떤 글은 묻혀버린다. 제목 때문에 그런 건지, 아니면 내용에 문제가 있는 건지 도저히 알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글을 쓰는 것 밖에 없다. 태풍이 부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돛이라도 움직여 상황을 통제하려고 노력해야 된다. 알고리즘은 마치 태풍과 같다. 언제 불어닥칠지 알 수 없으며, 통제도 불가능하다. 가끔은 야속한 알고리즘이 밉기도 하다.
열심히 쓴 글에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그날 하루는 완전히 기분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다. 작가가 되고 나서 더욱 이런 번뇌가 심해졌다. 나는 자유롭게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 독자분들이 반응을 기대하고 있고, 그것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옛날처럼 자유롭게 글을 쓰는 것이 어려워졌다. 내가 프로 작가가 아닐 때는 쓰고 싶은걸 마음껏 썼다. 돈을 받지도 않으니, 그저 하고 싶은 대로 썼던 것이다. 그때는 정말 재밌게 글을 쓴 것 같다. 요즘은 독자분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기 위해 기획을 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오랜 시간 공들여 칼럼을 작성하고 있다.
이것이 괴롭다거나, 힘들다거나, 싫은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런데 왠지 모를 갑갑함이 느껴질 뿐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답답함이 나를 덮쳐온다. " 뭔가 더 해볼 게 없나? "라는 내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순수한 무언가가 없나 찾아본다. 그래서 나는 여러 가지 플랫폼을 운영해 볼까 고민했었다.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썼는데, 조회수가 20이 나왔다. 역시 정보와 검색 기반의 글이 아니면 노출이 일어나지 않았다. 나에게 남은 희망은 브런치 밖에 없었다. 쓰고 싶은 대로 쓰고, 소통도 가능하고, 어느 정도 조회수도 보장되는 카카오 브런치말이다.
브런치는 나에게 있어 고향에 가깝다. 나는 브런치를 떠나 1년이 넘게 네프콘(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서 활동했다. 그 결과 나는 꽤나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 Top30위 안에 드는 영향력 있는 창작자가 된 것이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었는데, 지금은 꽤나 순위 유지에 신경 쓰고 있다.
이것이 오히려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었다. 초짜일 때는 잃을 게 없으니, 마음대로 썼는데 지금은 생계가 걸려있어 책임감이 무거워졌다. 글을 쓰면서 먹고살게 되면 엄청 행복할 줄 알았는데, 고민만 늘어가고 있다. 마치 비전을 생각하느라 걱정이 많은 사업가처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밤마다 나를 집어삼키는 것이다.
이런 부작용으로 나는 밤에 잠이 오질 않는다. 매일 새벽 2시에 잠든다. 아니 더 늦게 잠들지도 모른다. 정확한 수면 시간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밤새 멍하니 핸드폰을 붙잡고, 가슴속에서 피어오르는 불안의 향기를 애써 무시한다. 나도 왜 이런지 알 수 없다. 분명 모든 게 잘 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무언가 더 해야 되는 걸까? 아니면 멈춰야 할까? 누군가 나에게 정답을 말해줬으면 좋겠다. " 너는 글쓰기를 좋아하잖아. 그럼 주야장천 글쓰기만 해. 그러면 훨씬 상황이 좋아질 거야. "라고 말이다. 나는 모든 것을 혼자서 판단해야 된다.
책을 읽어도, 영상을 봐도,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정성스럽게 쓴 글이 외면받거나, 반응이 없는 날이면 불안증세는 더욱 심해진다. " 아 이거 왜 이러지. 혹시 매출이 줄어드는 게 아닐까? "라는 고민으로 밤을 지새우는 것이다. 고민해 봤자 딱히 해결방법도 없다. 이것이 나를 더욱 괴롭게 만든다.
혹시나 다른 크리에이터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펴봐도, 죄다 AI로 글을 쓰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나는 AI를 자료와 사례를 찾거나, 인용구를 찾는 정도로 사용 중이다. 요즘은 이런 의문이 든다. AI가 80% 이상을 대필해 주는 글이 정말로 본인이 쓴 게 맞는 걸까?
글은 영혼으로 써야 한다고 배웠다. 내가 직접 쓰지 않으면, 아무런 감동도 이끌어 낼 수 없다. AI처럼 정확하지 못하더라도, 사람이 직접 써야 한다. 그래야 사람 냄새나는 글이 창조된다. 글쓰기는 그 행위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높다. 글을 쓰다 보면, 내면의 감정과 신념, 사상들이 쏟아져 내린다. 마치 막혀있던 혈류가 펑 뚫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직접 글쓰기를 해 볼 기회를 스스로 차단시켜 버린다. AI가 더 효율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시간을 아껴준다는 핑계로 글쓰기를 회피한다. 나는 앞으로 글쓰기를 직접 하는 사람들은 대체할 수 없다고 믿는다. 무식하게 양질의 글을 써내는 사람은 반드시 승리할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모두가 AI에 의지하기 때문에 직접 글을 쓰는 사람은 돋보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AI가 쓴 딱딱한 형질의 보도자료 같은 글이 아니라, 어설프더라도 사람냄새가 듬뿍 나는 솔직한 글이다. 소설도 AI가 잘 쓴다고 하는데, 직접 경험이 없으니 한계가 분명하다. 기계가 쓴 글은 마치 공장에서 찍어낸 싸구려 장난감처럼 느껴질 것이다.
미래에는 모든 작가들이 AI의 힘을 빌려, 엇비슷한 글을 쏟아내기 시작할 것이다. 왜냐면 AI는 인터넷 세상에 퍼져있는 자료들을 계속 짜깁기만 하는 기계니깐 말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사람은 줄어들 것이다. 그 누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간 들여 쓰고 싶겠는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글쓰기는 용기가 필요하다. 대중 앞에 발가벗은 상태가 되어야 한다. 왜냐면 글을 쓰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생각과 신념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설득력을 높이고 싶다면, 창피했던 과거도 오픈해야 된다. 그러나 AI에게 글쓰기를 시키면, 글쓰기의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AI가 대신 전부 써주니 얼마나 편한가.
당신이 글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면, 진지하게 AI에게 의존하여 글을 쓰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AI는 당신의 글쓰기 실력을 조금씩 갉아먹을 것이다. 효율성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쉬운 길은 가치가 없다. AI를 맹신해서는 안된다. 스스로 직접 자료를 찾아보고 책도 읽어보고, 생각하면서 글을 써야 사고력과 창의성이 확장된다.
머리가 아프더라도 글을 직버 써보려고 노력해야 된다. 결론은 딱 하나로 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