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을 견디는 인간의 기쁨

5장

by 글토닥


두 사람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에 열중했다. 거리에 길게 늘어졌던 그림자들이 이내 하나의 어둠으로 뭉쳐졌다. 열띤 토론을 하다 보니 벌써 카페 밖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 선생님. 시간이 꽤 지났습니다. " 청년이 말했다. 현자는 묵묵히 창밖의 거리를 응시했다. 도로 위의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며, 밤이 온 것을 반기고 있었다. 저녁이 되자 쌀쌀한 바람이 불어나, 카페의 유리창을 때렸다. 길을 걷는 사람들은 옷을 여매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창문을 넘어온 짙은 가로등 불빛이 카페 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현자는 천천히 일어나며 말했다. " 나가서 좀 걷지. " 현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를 걸쳤다. 덩달아 청년도 일어났다. 청년은 말없이 현자의 뒤를 따른다. 두 사람은 짙은 어둠이 깔린 거리로 나섰다.



매서운 바람이 불어온다. 청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영하의 날씨에 바람은 칼날처럼 얇고 차갑게 두 사람의 뺨을 때렸다. 춥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추운 날씨였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폐 속까지 시린 기운이 파고들었다.



현자는 아무 말 없이 걸었다. 그의 발걸음은 여유롭고, 느렸지만 일정했다. 청년은 두 손을 주머니에 깊숙이 찔러 넣은 채, 그 옆을 따라 걸었다. 말이 없었지만, 그 침묵이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현자가 무슨 말을 할지, 기대감이 들 정도였다.



그때였다.



골목 끝, 희미한 가로등 아래에서 무언가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낡은 손수레 하나가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손수레 위에는 납작하게 눌린 박스와 폐지들이 위태롭게 쌓여 있었다. 그리고 허리가 굽어,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가 손수레를 힘겹게 끌고 있었다.



매서운 칼바람이 불 때마다 할머니의 힘없는 회색 머리칼이 흩날렸다. 그럼에도 노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며 손수레를 끌고 있었다. 노인은 무표정한 얼굴로 한 발, 또 한 발, 그저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청년은 씁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 안타깝습니다. 선생님 왜 우리의 삶은 시련으로 가득한 걸까요? 저 할머니는 이렇게 추운 날, 리어카를 끌며 폐지를 줍고 있습니다. 저는 이 세상이 부조리하다고 느껴집니다. "



청년의 목소리를 떨리고 있었다. 안타까움인지, 분노인지, 아니면 막막함인지 쉽게 정의할 수 없는 오묘한 감정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현자는 청년의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걸음을 멈추지 않고, 그 노인 옆을 스쳐 지나갔다. 잠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손수레를 끄는 노인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현자는 청년의 물음에 대답했다.



" 자네는 멋대로 한 사람의 인생을 평가하고 있네. 자네의 일방적인 시선이 사실이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절대로 저 노인의 인생을 재단하고 평가할 권리가 없네. 저분이 불행한지, 행복한지 우리로서는 도저히 알 수가 없기 때문이지. 또한 우리의 삶은 어떠한 형태로든 시련으로 가득할 것일세. 시련은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네. 우리 모두가 감당해야 할 그 무언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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