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다

6장

by 글토닥


어느덧 4월의 봄날이었다. 청년은 현자를 다시 만나기 위해 올림픽 공원을 찾았다. 주말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나들이를 즐기고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들판 위에는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재잘재잘 나고 있었고, 다정하게 어깨를 기댄 커플들이 돗자리를 펴고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청년은 현자가 오기 전까지, 공원을 여기저기 둘러보고 싶었다. 그러던 와중에 눈에 띄는 나무가 보였다. 높이 약 10m의 거대한 측백나무 한 그루가 푸른 들판 위에 홀로 묵묵히 서있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그 나무를 나 홀로 나무나, 왕따 나무로 부르고 있었다. 청년은 나홀로 나무를 보자마자, 왠지 모르게 처량한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다는 생각에 잠겼다.



청년은 걸음을 멈추고 우두커니 그 거대한 측백나무를 바라보았다. 따스한 봄 햇살 아래, 돗자리를 펴고 삼삼오오 모여 웃음꽃을 피우는 사람들의 풍경과 청년의 씁쓸한 표정이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봄을 즐기는 수많은 인파 한가운데 놓여, 묵묵히 홀로 서 있는 나무의 처지가 청년의 상황과 닮아있었다.



청년은 그 누구와도 깊이 얽히지 못하고 겉돌고 있었다. 그는 관계를 맺다가 상처를 받느니, 차라리 혼자이기를 선택하면서 살아왔다. 게다가 청년은 몇 년 전, 오래된 우정이 한순간의 시기와 질투로 무너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관계에 대한 청년의 회의감은 딱딱하게 굳어, 마음속 한편에 자리 잡았다.



가슴 한구석이 욱신거리는 것을 느끼며, 청년은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나무가 잘 보이는 근처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고개를 숙인 채 망상에 빠지려는 찰나에, 낮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오랜만이네. 잘 지냈나? 자네 기운이 없어 보이는데, 무슨 일 있나?"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린 청년의 시선 끝에는, 옅은 미소를 머금은 현자가 옆에 앉아 있었다.



" 선생님... 언제부터 와 계셨습니까? "



청년은 현자의 인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청년의 당황한 기색에도 현자는 대답 대신, 나홀로 나무를 가리켰다.



" 자네가 저 나무를 보며, 한숨을 푹푹 쉴 때부터 와있었지. 자네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건가? "



" 맞습니다. 선생님. 저는 혼자 있는 것이 편합니다. 그럼에도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싶습니다. 제가 이상한 걸까요? "



현자는 청년의 고민에 깊이 공감하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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