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수리기사가 어려워?! 걱정 마,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누군가 할 수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장난감 분해하기를 좋아하던 여자아이가 집 안 구석구석을 고치고 바꾸는 여성 수리 기술자가 되기까지
나는 책을 좋아한다. 그래도 에세이 장르는 읽기 쉽지 않다. 누군가의 실제 삶을 엿보는 장르라서 그런지, 수백 페이지동안 작가가 표현한 감정에 사로잡힌다는 게 어렵다고 해야 할까?
작가가 툭툭 던지는 감정들, 그리고 일하면서 겪었던 아주 사소한 시행착오들을 가볍게 표현해서 좋았다. 동글동글한 그림체와 은근 깊이 있는 이야기가 완벽한 콜라보를 이루었다.
집수리 기사라는 직업에 별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아주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을 펼치면 작가의 말부터 재밌다.
저는 단지 공구를 잡았을 뿐입니다
이 책은 집수리 기사를 꿈꿨던 글 작가와 책 쓰기를 꿈꿨던 그림 작가, 두 친구가 만나서 만든 책이다. 그래서 책에도 애정이 담뿍 묻어난다. 특히, 그림 작가가 글 작가와 친구다 보니 주인공 캐릭터가 아주 귀엽고 마치 히어로처럼 표현된다.
꿈이라는 건 꿈꾸기는 쉬운데, 막상 실현하려고 하면 어렵기 마련이다. 특히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은 더 그렇다. 안형선 작가는 여성 집수리기사라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 어렸을 때 조립하는 걸 좋아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게 직업이 된다는 거, 그러나 이를 오랫동안 유지한다는 것 자체에서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을지 관심이 갔다.
여성 수리기사라는 것 자체가 흔하지 않다 보니, 여러 공구와 사다리를 메고 가는 작가의 모습이 마치 신기해 보이기도 한다. 왜 사무직이었던 이전 일을 그만두고 집수리기사를 시작했을까?
작가는 혼자서 자취를 하면서, 항상 집에 누군가가 오는 걸 불편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특히, 수리기사같이 모르는 사람들을 만날 때는 더 긴장되는 법이다.
작가가 운영하는 'LIKE-US(라이커스)'사이트에 가보면 집수리 후기들을 볼 수 있다.
집수리는 가장 사적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서비스다.
그래서 후기에 보면 '애완동물이나 아기가 있는지'를 판단해서 서비스 방식이 다르게 이뤄지고, 집수리에 관해 잘 모르는 고객들을 위해 '사전 견적서'를 보내는 등 상당히 꼼꼼한 서비스가 이행된다고 나와있다.
여기에 고객이 E인지 I인지에 따라 대화를 얼마나 나누는지도 신경 쓴다고 하니, 여간 자신의 일에 진심인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홈페이지까지 보고 나니, 책의 내용이 더욱 재밌게 느껴졌다.
가장 많이 고장 나는 부품들로 집수리 어워즈를 개최한다거나
의외로 집수리보다 운전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때문에, 운전할 때 졸지 않는 팁이라거나
역시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구나 싶었다.
이렇게 작가는 어렵지 않은 수준에서 자신의 직업인 '집수리기사'가 어떤 일을 하고, 왜 이 일을 하는지를 풀어낸다. 그래서 예전에 즐겨 봤던 일상툰을 책으로 보는 느낌이었다. 퇴근할 때 가볍게 읽어도 기분이 좋아질 만한 책이었다.
또,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지식을 얻어가기 위한 코너도 중간중간 준비돼 있다.
설명서만 보고서는 사용하기 어려운 공구들이지만, 일상에서 자주 써야 하기 때문에 난감했던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공구들의 사용 방법이나 구조 등을 만화로 깔끔하게 그려놓아서 스스로 집을 수리해야 할 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페이지는 얼마 안 되더라도 그 안에 내용이 꽉꽉 들어있는 책이라 좋았다.
특히, 작가가 부담스럽지 않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것 덕분에 어떤 사람이 이 책을 읽더라도 좋아할 것 같았다. 아마 이 책 덕분에 라이커스를 이용하게 된 고객들도 많을 것 같다!
또, 라이커스에서 집수리기사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교육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니 관심 있는 사람은 참여해 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