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희망'이 된 과학자가 '외계인류의 희망'이 된 외계인을 만나다!
⭐출판사: RH KOREA
⭐옮긴 이: 강동혁
⭐한 줄 평: 하루아침에 '인류의 희망'이 되어버린 과학자가 '외계인류의 희망'이 된 외계인을 만나다!
⭐별점: ★★★★★
나 행복. 너 안 죽음. 행성들을 구하자!
우주에서 외계인을 만난다면? 책 『마션』에서 감자 하나로 화성에서 살아남는 과학자를 만들었던 앤디 위어 작가가 이번에는 외계인을 만나는 과학자를 만들었다! 앤디 위어 작품의 특징은 주인공 한 명을 가지고 '스릴러, 우정, SF, 코믹' 모든 장르를 찍는다는 것이다. 이 책도 그랬다.
겁많은 우리의 중학교 과학 선생님 그레이스 박사가 스트라트에 의해 강제로 코마 상태에 들어가 우주로 보내진다. 코마 상태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코마 저항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내가 기니피그라는 겁니까? 내가 기니피그라니!
우리 주인공은 실험용 기니피그 신세가 돼 지구를 구하기 위한 임무에 나선다. 바로 아스트라파지라는 우주에 존재하는 新 생명체가 태양의 대기에 달라붙어 에너지를 빨아먹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놈들의 번식 방법을 찾아내고자 우주로 떠난 그레이스 박사는 '아스트라파지를 거대한 에너지 원료로 쓰는 법, 아스트라파지의 천적인 또 다른 新 생명체 타우메바의 발견'과 더불어 에리드 행성에서 온 외계인 로키를 만나게 된다. '정말 아인슈타인이 따로 없네'
HI Rocky
♪♩♪♩
놀랍게도 로키는 말이 아니라 음정으로 대화하며, 이걸 번역해서 그레이스 박사와 로키는 친구가 된다.
로키는 마치 거미처럼 생겼다. 공기가 아닌 암모니아로 숨을 쉬며, 잠을 자면 기절 상태에 처하고, 음식은 갈라지는 몸통 사이로 먹는 말 그대로 외계인이다.
그래도 이런 외계인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그렇다!
이 책은 하드 SF(*과학적 사실에 무게를 두고 쓴 SF)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레이스박사와 로키의 우정이 메인이다. 과학자치고는 어벙벙한 그레이스박사가 로키를 위해서 망설임없이 뛰어드는 걸 보면 '과학 위에 인간성'이 있다는 말이 사실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과학을 잘 몰라도 재밌다. 심지어 과학에 젬병이더라도, 우리의 그레이스박사가 요란을 피우면서 친절하게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설명해주기 때문에 몰입감이 장난 아니다. 확실히 앤디 위어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쓰던 쉽고 유쾌하게 쓰는 재주가 있다.
그리고 외계인을 꽤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것이 흥미롭다. 역시 하드 SF작가다. 우리가 생각하는 외계인은 'ET'나 사람 형상인 '슈퍼맨' 등인데, 로키는 거미처럼 생겼고 돌로 된 껍질을 가지고 있다니..하지만 그의 외모에도 이유가 있다. 그가 사는 에리다니는 고온·고압의 환경이기 때문이다.
앤디 위어는 하드 SF작가답게 알려진 모든 물리법칙을 존중한다. 로키가 사는 에리다니도 실제로 존재한다. 2015년 엡실론 에리다니라는 별을 중심으로 소행성벨트와 목성 크기의 행성이 공전하는 태양계와 닮은 행성계가 발견된다.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은 아니나, 과거 우리 태양계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행성계다.
이런 유사성 때문인지, 많은 SF작품에서 생명체가 사는 곳으로 이 에리다니를 선정해왔다. 유명한 SF 게임인 헤일로 시리즈에서는 미래에 인류가 거주하는 행성으로 에리다니 항성계의 2번째 행성을 골랐다.
영화 스타트랙에서 외계인 과학 담당 장교인 스팍의 고향은 40에리다니 A로 언급되는데 로키의 고향과 같다!
SF작가들이 좋아하는 행성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에서는 외계인과 친구가 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물씬 묻어난다.
특히, 로키도 아스트로파지 때문에 자신의 행성이 위험에 처하게 돼 우주로 파견됐다는 점에서 주인공과 같은 처지다.
이런 둘이 나중에는 쿵짝이 잘 맞아서 강조하고 싶을 때마다 3번씩 말을 하며 하이파이브를 하는 게 귀엽다. 같이 우주를 바라보며, 샴페인을 마시기도 하고 말이다!
좋음, 좋음, 좋음!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도 그렇듯, 많은 작품들은 외계인을 인간의 친구로 표현했다.
미지의 세계인 우주에서 낯선 생명체가 적이면 슬프지 않은가. 그러니 희망을 거는 것이다.
외계인과 인간의 로맨스를 그린 스테파니 메이어의 『THE HOST'』 이 작품은 '기생'이라는 부정적인 소재를 감동적으로 잘 살려낸 작품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하드 SF작가 테드 창의 중편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 <컨택트>는 외계인과 언어학자의 소통을 보여준다. 최근 개봉한 애니메이션 <앨리오>도 외계로 납치된 소년과 외계인과의 우정을 재미있게 풀어냈다.
이 <앨리오>에서는 우리에게 심오한 질문을 하나 던지는데, 바로
우리는 혼자인가?
이 소설에는 아주 재미있는 이스터에그가 등장한다.
주인공이 참여한 헤일메리 프로젝트는 자살 임무다. 즉, 연구원들은 지구로 귀환할 수 없다.
그래서 지구로 연구 결과를 전달할 4개의 우주선이 헤일메리호에 함께 실리는데 이들의 이름이 '존, 폴, 조지, 링고'다.
또, 주인공이 흥얼거리는 노래라던가 동료가 좋아했던 그룹이 비틀즈였던 등 비틀즈가 작품의 곳곳에 등장한다.
해외 팬들은 작가가 비틀즈 팬이고, 몇몇개의 작품들이 비틀즈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추측하고 있다!
비틀즈의 노래 중에는 ♪I AM THE WALRUS 라는 노래가 있다.
그리고 이 노래의 가사 중에는 'See how they fly...I am the egg,I am the walrus(그들이 어떻게 나는지 보세요..저는 달걀이고, 저는 바다코끼리에요)라는 가사가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앤디 위어의 단편 중에는 『THE EGG』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이 책은 사후세계에서 삶을 철학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여기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So the whole universe", you said "it's just..." "An egg"("그래서 이 우주는", 당신이 말했죠, "그건...달걀이에요.")
달걀은 언제든 깨고 나올 수 있다. 껍질(인생이나 우주)이 단단해보일지라도 사실은 두려워할 게 아니라는 것. 우리는 우주에 살고 있는 주체적인 인간이라는 뜻인 것 같다.
어쨌든 앤디 위어의 소설에는 '비틀즈 세계관'이 녹아 있는데, 이번 작품도 어김없이 그런 듯 하다.
그걸 알 수 있는 게, 이 책의 첫 장을 넘기면 비틀즈에게 바치는 작가의 감사 인사가 나온다.
비틀즈 노래를 들으면서 이 책을 읽어봐도 좋을 듯 하다!
이 책은 올해 3월에 라이언 고슬링 주연 영화로 개봉될 예정이다! 영화 개봉 전에 미리 읽어보고, 영화관에 가서 원작과 비교하며 보면 그만한 재미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