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록-폴 배럿

수백 건의 총기 범죄, 그러나 미국인은 왜 글록을 포기할 수 없는가

by 시티오브

⭐별점: ★★★★★

⭐출판사: 레드리버

⭐옮김: 오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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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총은 국가의 시작부터 함께 해왔다 해도 무방할 정도로 역사가 깊다. 매사추세츠 농부가 영국군을 향해 총을 쏘며 미국 독립전쟁이 발발됐고, 서부개척시대에 리볼버를 든 카우보이들이 등장했으며 노예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민병대를 만들었다.


미국인에게 총은 단순히 도구가 아니라 그들의 정체성이다. 총은 곧, 자신의 가족과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훌륭한 도구이자 '잘 규율된 민병대'를 만드는 수단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수많은 총기사고가 일어나면서도 미국인은 끝끝내 총을 포기하지 못한다. 이 책은 이렇게 미국인의 정체성을 못 박아 두며, 이야기의 포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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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처음 미국에 갔을 때, 이 장면을 보고 소름 돋을 수밖에 없었다. 어린이들의 장난감 코너 옆에 살벌한 총신들을 뽐내며 나열돼 있는 총기 코너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이곳에 총을 사러 온 것을 보며, '이곳에서 총은 그저 우리가 부엌칼을 사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진에 나온 것처럼, 과거 미국에서는 오히려 소총이 더욱 잘 팔렸다. 그러나 지금은 권총이 더 인기가 많다. 그 이유는 바로 '글록'이라는 회사가 보편적인 권총을 유행시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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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록은 상당히 투박하게 생겼다. 이전에 만들어진 총들은 전부 철제였다. 그러나 글록은 폴리머라는 공업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으며, 슬라이드를 단순하게 만들어 오동작 가능성을 낮췄다. 손에도 잘 잡히고, 조작하기도 쉽다. 연발이 잘 돼서 재장전도 많이 할 필요가 없다.


재미있는 건, 이 글록을 만든 가스통 글록은 성인이 돼서도 총을 구매하지 않은 사람이었단 것이다. 그는 오스트리아인이며, 자신의 집 차고에서 황동 장식을 만들던 사람이었다. 즉, 총과 전혀 연관이 없는 사람이 현시점에서 미국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총을 만들었다는 것. 그는 자신이 만든 총처럼 참 투박하고 평범한 사람이었다.


총을 만든 후에도 그가 미국에는 전혀 총을 납품할 생각이 없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이렇게 소심한 사업가였던 그가 어떻게 광기 어린 총기 회사 CEO가 됐는지 살펴볼 수 있는 게 이 책의 묘미다.

image.png 가스통 글록

책을 보다 보면 알 수 있는데, 사실 글록이 잘 팔리기 시작한 건 그의 제품 덕도 있겠지만 마케팅 덕이 컸다. 마케터들은 법의 허점을 교묘하게 공략하고, 영화에 총을 등장시키고, "하이재커의 전용 무기"라며 글록이 부정적인 시선을 받을 때는 경찰관들이 쓰는 총이라고 소비자들의 흥미를 돋웠다.


미국의 혼란스러운 시기는 오히려 글록 회사의 득이 됐다. 9/11 테러 후 미국 정예부대는 글록을 선택했다. 대규모 총기 범죄는 사람들이 오히려 조잡한 총이라도 소지하고 다니려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또, 정부가 자동총기의 확산을 막기 위해 공격용 무기를 금지했던 건, 오히려 글록이 짧은 총기인 '베이비 글록'이라는 신상품을 만드는 동기를 제공해 줬다.


총기 산업은 치명적인 살상력을 늘리면서 교묘하게 수익도 함께 늘렸다-워싱턴 반권총폭력센터 톰 디아즈


image.png 더글라스 고교 총기 난사 사건에 사용된 총기를 설명하는 판매 관계자 (연합뉴스)

그래서 글록은 잘 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 모든 건 미국이 <수정헌법 2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수정헌법 2조>는 "자유주의 국가의 안전을 위해 잘 규율된 군대가 필요하므로 국민들의 무기 보유 및 소지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민병대, 자기 보호'의 원칙이 미국인에게 내재돼 있는 이상, 총기는 결코 사라질 수 없다.


그래서 이 책도 계속 이 헌법의 내용을 강조한다. 그리고 미국에서 법 집행기관, 민간 시장, 경찰, 심지어 정부까지도 글록을 선호하는 모습을 설명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수많은 총기 범죄는 단순히 범죄자 잘못이 아니라 미국 사회의 구조에서 발현된 악습이라고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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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며칠 전 60대 남성이 사제 총기로 아들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총기 범죄는 발생하기에는 쉽지만, 사회 전반에 상당한 충격을 가져온다. 특히, 희생자가 여러 명 발생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책에서는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브래디법(총기 금지 신원 확인), 탄도 지문(범죄현장의 탄피를 총과 일치시킴)' 등의 부족한 점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글록 회사에게 이런 평가를 내린다. 글록사가 총기 반대파와 절충안을 찾기 위해 중도를 지키면서 사회적인 기업임을 강조했으나 실제로는 그런 척만 한 것이라는 것.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철저한 이익을 촉구했던 한 총기 회사'의 태도를 간접적으로 꼬집은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항상 강대국들은 웃는다. 무기를 팔아서 방산 산업을 크게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일에는 돈이 관여되고, 이로 인해 희생은 가벼워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을 상기시키는 게 저자의 목적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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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베테랑 저널리스트인 저자와 총기 마니아인 번역가, 감수자가 만나서 꼼꼼하게 제작됐다. 책에 달린 각주나, 책 뒤 참고 부분에서 중요한 단어들에 해당하는 페이지가 일일이 적혀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정성 들여 제작된 책이기에 읽고 나면 분명 사유의 지평이 확장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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