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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마스테 Jul 31. 2020

삶이 내게 말을 걸 때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류시화

류시화 작가는 25년째 일 년에 서너 번씩 인도에 간다고 한다. 인도 여행기나 산문집은 류시화 작가의 개성을 나타낸다. 특히 인도에 관한 여행기를 다룬 <지구별 여행자>는 살면서 내가 다 안다고 느꼈지만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모르는 것들 투성이다. 작가는 어떻게 그토록 창조적인 생각들이 샘솟는지 모르겠다. 그의 살아온 세월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갠지스강, 히말라야, 바라나시, 명상, 인도, 신, 짜이, 라시(인도식 요거트), 힌두사원, 오토릭샤... 나에겐 류시화 작가 하면 생각나는 단어들이다. 작가의 특유의 개성이 멋지다. 특히 장발 머리와 선글라스. 이번 책의 주제는 '삶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이다.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살아간다. 작가를 통해 삶과 인간에 대해 변하지 않는 가치들을 알게 된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인도가 아닌 다른 여행지라도 가야 할 것 같다. 우리가 '떠남'의 이유를 알고 있다면 말이다.


바라나시 여행하면서


'아즈 함 바훗 쿠시 헤'


힌두어로 '나는 오늘 무척 행복하다' 계속해서 반복했더니 작가는 걸인이 구걸하던 소똥을 밟던 마음 안에서는 행복의 바이러스가 생긴다고 했다. 힌두어는 우리나라 말과 어순이 같다고 하는데 나도 한번 배워볼까? 엔드류뉴버그는 <단어가 뇌를 바꾼다>에서  '단 하나의 단어일지라도 신체적, 감정적 스트레스를 통제하는 유전자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했다.  낯선 문장과 단어들을 배워서 의도적으로 좋은 문장만 말하게 되고 그러면 나의 생각을 지배할 수도 있겠다.



인생 만트라


산스크리트어에서 '만트라'의 '만'은 '마음'그리고 '트라'는 '도구'라고 한다. 그러니 마음 도구인 셈이다. 맛있어져라! 다 잘 될 거야!처럼 문장을 반복하면 자기 최면처럼 초능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라고 한다. 만트라!


'나는 자전거를 잘 탄다. 나는 자전거를 잘 탄다.' 일생에 자전거를 몇 번 타본 적도 없지만 내가 자전거 탈 때 하도 휘젓고 다니니까 모든 사람들이 나를 피해 도망간다. 자전거가 무서운 내가 해야 하는 만트라 명상이다.

생각만큼 우리를 무너트리는 것은 없다고 한다. 마음은 한 개의 해답을 찾으면 금방 천 개의 문제를 만들어 낸다.


바라나시 여행을 하면서

우리는 신에게, 삶에게 묻곤 한다. '왜 나에게는 이것밖에 주지 않는 거지?' 그러나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답한다. '이것만이 너를 네가 원하는 것에게로 인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속삭임을 듣지 못할 때 우리는 세상과의 내적인 논쟁에 시간을 허비한다.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여행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스스로가 자신의 여행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자신이 결코 팔을 갖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새의 몸에서 날개가 돋아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64쪽)


불교에서 말하는 '무상'은 '덧없고 영원하지 않으니 집착하지 말라'라는 의미만이 아니라 '영원하지 않음을 깨달음으로써 지금 이 순간 속에 있는 것을 소중히 '는 뜻이다. '영원하지 않음'을 우리가 통제하려고 하지 않을 때 마음은 평화롭다. (168쪽)


우리는 너무도 쉽게 자신을 '못생긴 사람', '뚱뚱한 사람', '늙은 사람', '못 가진 사람'과 동일시한다. 누구나 거리에서는 행인이고, 승객이고, 책을 읽을 때는 독자인데도. 자아 이미지에 매어 있지 않을 때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 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빛날 수 있어야 한다. 정년퇴직 후에도 계속 교수라는 자아 이미지를 내려놓지 않는 사람도 있고, 일 년 동안 장관을 지낸 후에 평생 장관님으로 불리길 원하는 사람도 있다. 역할 놀이가 끝났을 때가 진정한 '나'와 마주할 기회인데도 말이다. (118쪽)




© marilark, 출처 Unsplash


티베트어로 전생의 빚을 의미한다는 '렌착'. 전생에서 잘못한 일이 이번 생에서 잘 기억은 하지 못하더라고 이번 생에  그 죄책감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끌려가는 것. 나의 렌착은 뭐가 있을까는 생각을 해 본다. 


작가는 북인도 바라나시의 일화도 많이 소개한다. 몇 년 전 바라나시 여행이 많이 생각난다. 마치 갠지스강 바로 앞에 가트(강으로 이어지는 돌계단)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한다. 작가의 일화가  흥미롭다. 바라나시에서 생강을 빻아 끓인 짜이를 인도 할아버지에게 자주 사 먹었다고 한다. 비위생적인 갠지스 강으로 끓였다는 것을 알고 실망과 배신감을 느꼈다. 나중에 강 바로 위쪽에 깨끗한 지하수로 만든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서로의 관계가 공허해지는 것은 서로를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안다고 착각해서 그러는 것이라고 깨달았다고 한다.


작가는 글 쓰는 본연의 직업 이외에도 거의 심리치료사나 명상전문가 같다. 우연한 만남, 상처의 경험을 한순간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지혜를 배우고 웃게 만들며 통찰하게 한다.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 지혜의 문장이다.




<추천>

너무 바쁠때

삶이 나에게 질문을 던질때

깨달음의 문장을 만나고 싶을때


<블로그의 독후감중에서 추천하고 싶은 책들을 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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