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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마스테 Jul 31. 2020

소중하지 않은 존재는 없다

계속해보겠습니다, 황정은

공장에서 일어나는 화재, 사고, 폭발사고를 뉴스에서 접한다. 지독한 가난으로 한 가장이 달걀을 훔친 죄로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열 받음, 답답함, 걱정과 생각의 늪에서 서성거린다. <디디의 우산>은 내 마음이 그랬을 때 읽었다.


<디디의 우산>은 읽고 나서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특유의 단정하고 간결하고 리드미컬한 문장들이 내 마음을 콕콕 찔렀다. 작년 5.18 문학상에서 본상을 수상한 작가라서 그럴까? 현실이 굉장히 많이 반영된 소설이다. 작가가 제목처럼 누가 뭐라고 하든 내가 '현실에 대해 던지고 싶은 말을 계속하겠다'는 것처럼 들린다. 작가의 목소리를 나만의 키워드로 생각해보았다.


© kreatikar, 출처 Pixabay


한국 사회 불평등

사회 불평등에 관한 시선을 담은 언어들은 강하다. 같은 시간, 한 공간에 존재하는 소라, 나나, 애자(소라와 나나의 엄마), 나기(옆집 오빠), 순자(나기 엄마). 크고 작거나 멀고 가까운 곳에 차별과 배제는 어느 곳에 나 존재한다.


공장에서 일하다가 거대한 톱니바퀴에 말려들었다. 상반신이 갈려 나왔음 에도 공장에 남은 직원들을 모아 점호를 해보고서야 사고를 당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었다고 한다. (p.11)


뚜껑을 열어보니 딱딱하게 굳어 있던 떡이 말랑말랑한 죽처럼 솥 바닥에 퍼져 김을 내고 있었다. 냄새가 이상했지만 색이나 모양은 먹음직했다. 나나와 나는 숟가락으로 떠낸 뜨거운 인절미를 설탕에 찍어 먹기 시작했다. 씹기가 곤란할 정도로 시큼한 맛이 났지만 계속 씹으니 괜찮았다. (p.39)


나나는 개미, 햄스터, 거북이, 심지어 강아지 같은 동물들을 가슴을 눌러본다거나 꼬리를 밟아보는 방식으로 약자들을 괴롭히는 장면이 묘사된다. 하지만 괴롭히는 상대와는 다르게 약자는 크게 아프다. 약자는 아주 크게 상처 받는다. '이걸 잊어버리면 남의 고통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는 괴물이 되는 거야.'(p.131)



전통적 혈연 가족만이 진짜 가족인가

동성혼, 입양, 한 부모 가족, 조손가족, 다문화 가족, 딩크족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 가족의 의미를 풀어내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혈연 집단은 자매 중 동생인 나나와 소라이다. 두 자매를 버리고 떠난 요양원이 있는 엄마(애자)가 있긴 하다. 반면 형편은 어렵지만 오랜 세월 진짜 엄마의 역할을 해준 옆집 아줌마(순자)가 있다.


누가 엄마라고 할 수 있을까? 아버지를 잃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던 자매와 나기 가족. 너무 외롭고 쓸쓸하지만 그 안에서 서로 의지하고 지냈던 반지하의 두 가족. 과연 혈연관계와 대안 관계 중에서 어떤 것이 '진짜 가족'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나'는 회사 동료의 아이를 임신한다. 혼자의 힘으로 아이를 낳아서 기르기로 결심한다. 서로를 가족처럼 대했던 오빠 '나기'가 '나나'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면서 혈연관계가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의 언어

임신을 하면 축복보다는 잠시 숨김을 하는 것,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불리한 사내커플, 가정과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여자. 낙인찍히는 미혼모. 인정하기는 싫지만 모두 현실이다.


편부모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부모의 돌봄이 아무래도 부족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발달에 격차가 생긴다는 거야. 걔네들은 정서적으로도 불안하고 말도 어눌하고 학습도 별로, 여러모로 부족한 경우가 많대. 그렇게 건강하지 못한 아이들하고 이웃하고 살면서 자기 애들이 영향받을 게 걱정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편부모가 될 예정이잖아? 그러면 내 아기는 부족해 질까? (p.199)


그래도,, 버틸 수 있는 것은 인간의 따뜻한 온기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아버지를 잃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던 자매와 '나기' 가족. 너무 외롭고 쓸쓸하지만 그래도 그 안에는 사람을 생각하는 온기와 따뜻한 정이 있다. 때론 가족이 서로를 할퀴며 상처 준다. 때로는 잠깐 지나치는' 인간관계에서 따뜻한 온기를 느낄 때도 있다. 그래서 더 살아갈 힘을 내는 것 같다.


뉴질랜드에서

세 사람의 각기 다른 섬세한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지막까지 이입된다. 한줄한줄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것.   작가와 독자가 현실에 대해서 '계속 말하기'로 연결되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작품을 계속 찾는 이유이다.


<추천>

하찮다고 느껴도 내 인생은 소중하다고 느낄 때




<브런치에 있는 독후감 중에서 추천하고 싶은 책을 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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