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 개학날, 만난 아이들
"선생님! 저 검은 띠예요!"
"수업 마치고 또 공부하러 가야 해요! 수학이랑 영어랑..."
"어떻게 하면 선생님께 칭찬받을 수 있어요? 작년에 우리 반에서 제가 가장 칭찬을 많이 받았거든요."
우리가 만난 지 한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1교시 마치고 아이들이 우르르 선생님 자리로 몰려왔어요.
뜬끔없이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아이,
무심코 자신의 고민을 툭 던지는 아이,
새 학기 다짐을 스스럼없이 말하는 아이.
어른과 참 다르죠.
저는 누군가를 만날 때,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어느 정도까지 이야기해야 할까?'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각을 살피다 보면 낯선 이와의 만남이 늘 긴장되고 어려워요.
나이가 들수록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와 의심, 거리 두기가 매뉴얼로 작동하는 저와 다르게
아이들은 그런 게 없어요.
너와 나의 래포 형성 따윈 살짝 뭉개고
바로 훅 들어올 때가 있거든요.
아이들이 코로나를 겪으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걱정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오늘처럼 쉬는 시간, 선생님 자리로 와서 종알종알 이야기를 면대면으로 이야기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사실은
얼마나 말이 고팠을까?라는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코로나19를 겪은 학교는
거리 두기가 일상이었고
내 짝꿍(짝꿍도 없지요. 모두 개별 앉기가 주류였으니까요.), 내 앞, 뒤 자리 앉은 친구들의
감염이 두려웠던 상황이었으니까요.
거리 두기가 해제되고 방역이 완화된 지금,
훅 들어와 자신의 속내를 마음껏 드러낼 줄 아는 아이들을 보며
적극적으로 아이들의 말에 응해주기로 마음먹었어요.
"선생님, 저 검은 띠예요!"
"우와! 멋지다. 그런데 태권도의 띠는 어떻게 구분하지? 궁금했는데.."
"먼저 흰띠, 노랑띠, 초록띠, 파랑띠....."
"그런데 벌써 검은 띠란 말이지! 언제부터 태권도했어?"
"음, 아마 5살부터요."
대화는 요 정도였지만
아이는 무척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며 제자리로 돌아갔어요.
눈을 마주치고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고
응답해 주는 일,
새 학기 너와 나의 만남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겠지요!
새 학기 제 다짐은
입니다.
나날이 업무와 지시가 많아지는 지금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인 저의 가장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