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3 아이들에게 이런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열혈 책 읽어주는 선생님 책정산글

by 책꿈샘 김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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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아세요?


조선 시대 책 읽어주는 사람을 전기수라고 한다지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당시 유행한 소설책을 읽어주다가 가장 흥미진진한 부분에서 멈칫!


듣는 사람은 미칩니다. 침이 꼴칵, 그다음은... 그다음은... 몹시도 애절할 순간, 냅따하고 누군가 엽전을 던지면


그제야 전기수는 후루룩 다음 이야기로 넘어갔다는..


책도 읽어주는데, 돈도 버는 조선시대 얼리어답터 직업꾼 전기수!!


돈을 받고 책을 읽어준다거나,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놀부 심보처럼 딱 멈춰 안 읽어준다거나 그렇게 하지는 않았지만


일정 부분에서 저 또한 전기수 같은 삶을 무려 16년 동안 살았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16년 동안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어떤 날은 책을 잘못 골라 읽어주는 제가 재미가 없어 괴로워했고,


어떤 날은 입안이 헐어서 읽는 데 무리가 갔던 날도 있었고


또, 코로나 19 시기에는 마스크를 뚫지 못하는 성량 때문에 잠시 주춤하기도 했답니다.


막 사춘기가 시작된 삐딱이 1호에게는 "선생님, 우리가 무슨 어린 애인줄 아나요? 유치하게 책 읽어주시고!"


하며 납득이 안된다는 표정으로 나를 째려보는 13살 아이도 만났습니다.


물론 그 아이, 삼 개월만 지나니 "언제 책 읽어줘요? 오늘은 왜 안 읽어줘요!" 했다는 반전 스토리도 갖고 있고요.


올해, 책 읽어주기 학년에서 가장 좋은 3학년 담임을 맡아, 그동안의 능수능란했던 읽어주기 기술 신공을 마구 뿌리며 차근차근 재미나게, 알차게, 유익하게 잘 읽어주었습니다.


제가 무슨 구연동화를 잘하는 사람도 아니고


소심 aaaa 형이라 읽는 게 뭐 엄청난 오스카상급 연기력을 갖춘 것도 아닌데


아이들은 "오! 선생님, 오늘 책 읽어주신다!" 며 올망졸망 앉아서 똘망똘망 눈빛으로 들어주니.. 참으로 행복한 한 해였습니다


자축하는 기념으로 올해 초 3학년 아이들에게 읽어준 책 목록을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작성해서 올려 봅니다.


기준은 이렇습니다.


1. 교과서에 나온 작품은 반드시 실물로 준비하여 읽어줍니다. 예> 리디아의 정원, 으악 도깨비다, 거인 부벨라와 지렁이 친구 등


2. 좋은 그림책도 간혹 읽어줍니다. 예> 지구를 위한 한 시간 등


3. 재미나고 유익하고 심지어 문장도 아름다운 우리나라 작가가 지은 동화책!! 사랑합니다. 읽어줍니다. 예> 제비꽃 마을의 사계절, 깊은 밤 필통 안에서, 쿵푸 아니고 똥푸, 삼백이의 칠일장, 귀신 은강이 재판을 청하오 등


4. 반드시 초등 3-4학년을 맡으면 읽어주는 책도 포함됩니다. 두 달 이상 천천히 읽어줍니다. 예> 화요일의 두꺼비


5. 제 책도 읽어줍니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으니깐 저자인 제가 읽어줍니다. (팥죽 동화라... 12월 22일 날 모두 읽어주셨으면 좋겠다는 우주적 소원을 갖고 있습니다. )

예> 팥죽 할머니와 귀신 호랑이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2598144

이렇게 몇 가지 기준을 정해 열심히 읽어주고 있습니다.


책 읽어주기야말로 가장 좋은 독서교육이기 때문입니다.


책 읽어주기는 그래도 능숙한 독자인 제가 어떻게 책을 읽는지, 무릇 독자라면 저렇게 예측하며 읽기, 질문하며 읽기, 자기 점검적 읽기 등의 독서 전략을 사용하면서 읽는구나! 를 몸소 보여줍니다.


그리고 애독자로서 책을 사랑하는 마음까지 전달해 봅니다.


앞으로도 저는 아이들에게 책을 계속 읽어주고 싶습니다.


학교 현장을 떠나는 일이 있더라도!!


평생 책 읽어주는 선생님, 책 읽어주는 동화작가, 책 읽어주는 할머니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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