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40대이다.
살면서 소소하게 깨달은 것들 7
"괜찮아?"
토요일 아침, 내과 문 여는 시간에 맞춰 얼른 진료를 돌아오니 남편이 물었다.
목이 많이 부어서 침 넘기기도 힘들었다.
어제 오전 수업 5시간에 저녁 학부모 강의까지 내리 7시간을 말했으니... 날씨까지 추워서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괜찮아! 주사 한 대 맞았는데 훨~ 낫네!"
그래도 전보다 조금 살 것 같아 그렇게 대답했다.
"엄마, 배고픈데 어디 갔다 왔어?"
아이가 토요일 오전 밥상을 요구했다.
꾸역꾸역 밥을 차리고,
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간식까지 내어 주었다.
먹고 돌아서니 설거지가 가득이고,
누가 하나 나서서 해결해 주지 않았다.
그렇게 세끼 밥상을 다 차리고 여섯 번의 설거지를 끝내고 나니,
주사 효력도 사라지고 몸이 슬금슬금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 쉬었더라면 괜찮았을까?'
나는 다시 리셋이 되었다.
병원 가기 전의 몸 상태가 되었다.
누가 김장 김치를 준다는 말에 남편이 분위기 파악을 못한 채 흐흐흐 웃으며 말했다.
"김장 김치에는 수육이 짱인데! 수육 만드는 거 어렵지 않대!"
내 안에서 막 폭발 5초 전 화산이 감지되었다. 깊은 빡침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프다고 말 안 하니, 정말 괜찮은 줄 알고 시켜 먹고 요구하면 된다는 저 먹깨비 둘이를 보고 있자니
화가 났다.
"수육 맛있겠다!"
아빠 식성을 고스란히 담은 초등학생 딸이 좋다며 맞장구를 쳤다.
"엄마, 아프다고!"
'고'에 방점을 두고 소리를 질렀다. 참을 수가 없었다.
놀란 아이가 울먹거렸다. 하루 종일 먹을 때 빼고는동굴 속으로 피신했던 남편이 나의 외침에 굴 밖으로 나왔다
"엄마 아프니깐 우리 시켜 먹자!"
그제야 감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 남편이 애써 막아 보려 했지만 나는 나대로 아프고 서러운 마음이 이미 천장을 뚫을 만큼 뻗어 나갔다.
마음 상하기 전에,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자!
40대인 나는 아프고, 그래서 쉬고 싶다.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약은 약사에게
밥은 알아서 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