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읽을 거야!
인기 작가 ‘S’와 함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
강의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몇몇 작가들과 작은 카페에 들어가 차를 마셨다.
“출판사에서 이 책을 보내줬어요.”
그녀는 가방에서 주섬주섬 신간 책을 꺼냈다. 며칠 전 눈여겨보던 책이었다.
“저도 지난주에 ○○ 책이 왔어요.”
옆자리에 앉은 ‘L’ 작가도 책을 받았다며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이어졌다.
끄트머리에 앉아 유자차를 홀짝이던 나는 신간 책의 모서리를 검지로 쓰담쓰담하고 있었다.
동화책 다섯 권, 자녀 교육서 두 권을 냈지만 출판사에서 ‘신간 책’이라며 받아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그 장면은 내게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책은 원래 내돈내산하는 게 맞지 않냐며, 괜한 자존심으로 여우의 신포도 이론처럼 혼자 합리화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올해, 새로운 출판사와 계약을 하게 되었다.
“작가님, 보통은 전자 서명으로 진행하는데요. 처음이니까 우리 얼굴 한 번 봐요. 마포 ○○으로 오세요.”
대면 계약이 드문 요즘, 나는 영하 10도의 칼바람을 뚫고 출판사로 향했다. 문을 열자마자 보물창고에 들어온 것처럼, 이곳저곳에 책이 가득 쌓여 있었고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로 공간이 빼곡했다.
계약을 마친 뒤, 편집자님이 도서 목록을 보여주셨다.
“작가님, 여기서 읽고 싶은 책 다 골라 보세요. 제가 보내 드릴게요.”
“네?”
놀란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것도 보내 주실 수 있으세요?”
시리즈가 많은 출판사이다 보니 내가 고른 책들은 인문서부터 그림책, 동화책, 청소년 소설까지 다양했다. 그중 몇 권은 예전에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라 편집자님과 책 이야기를 한참 나누기도 했다.
“그 책 라인은 전부 보내 드릴게요.”
그렇게 해서 어제, 나는 책 꾸러미를 한가득 받아 거실에 전시하는 호사를 누렸다.
“이게 뭐야?”
학원을 마치고 들어온 예비 중학생이 거실에 깔린 책들을 보며 물었다.
“다 엄마 거야! 건드리지 마!”
내가 책을 좋아하는 걸 아는 딸은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강제 독서를 시키려는 엄마의 속셈이 아니라, 순수한 책 사랑이라는 걸 알아차리고는 안도한 표정으로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세상,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