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6에게 책을 읽어주면 벌어지는 일
* '매일쓰다보면 프로젝트'가 내일이면 종료가 됩니다. 그동안 매일(1번 실패했지만) 쓸 수 있었던 동력은 부족한 글에 가감 없이 라이킷을 해 주신 브런치 벗들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13년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다 보면 항상 좋기만 했겠어요?
이 년 전, 6학년 아이들을 맡았을 때였어요.
"졸x, 재미없어! 선생님이 매일 책 읽어주는 거 어떠냐고 물었더니 딱 이렇게 얘기했어요!"
작년에는 동생을 맡았고, 올해는 언니를 맡았는데 그 동생 아이가 방과 후에 조르르 와서 비밀리에 전했어요.
순간, 당황했지만 짐짓 태연한 척 이야기했죠.
"얼마나 재미없으면 언니가 그렇게 표현했겠니?"
평소 얄미운 언니를 혼내줄 줄 알았던 동생은 고개만 끄덕하더니 나갔어요.
그날 밤,
집으로 돌아와서도 졸x, 재미없다는 표현이 자꾸 머리 위에 두둥실 말주머니처럼 떠 다녔어요.
다음 날이 되었고
타인의 시선 따윈도 무시하지 못하는 매우 인간미 넘치는 김쌤이라...
괜찮은 척, 의연한 척이 되지 않아 이렇게 말했어요.
"오늘은...책 읽지 말고 바로 수업하자!"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어요.
쉬는 시간, 한 남학생이 다가옵니다.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이 책이요. 완전 재미있어서 다음 권 샀어요!"
제가 추천한 책은 바르샤라는 여자 무사의 화려한 액션극이자 카리스마가 뿜뿜 나오는 단칼술사 이야기 <정령의 수호자>였어요. 아이는 다음 편인 <어둠의 수호자> 편을 슬쩍 보여주더라고요.
오호~
6학년 남학생도 사로잡는 김쌤의 책 읽어주기가 효과가 있었구나! 다시 마음이 살랑거릴 때였어요.
갑자기, 퍼뜩, 무심코!!
이건 책 읽어주기가 아니라 책 소개하기가 효과가 있었다는 걸 알았답니다.
아하!
6학년 아이들은요.
아무래도 저학년, 중학년에 비해 독서 편차가 매우 심하고 좋아하는 장르도 다 달라요. 그래서 어떨 땐 제가 읽어준 책이 수준에 맞지 않거나 자신의 관심 밖일 수 있어요!!
이렇게 시행착오 끝에 고학년 독서교육 전략을 과감하게 수정했어요.
책 읽어주기가 아니라!!
책 소개하기!!
그해, 많은 동화책을 읽었어요. 제가 읽어야 소개해 줄 수 있잖아요!
아이들의 반응도 참 좋았습니다. 이후, 나만 읽고 소개할 수 없다며 아이들과 함께 <북 토크_각자 한 달에 한 번, 한 권의 책을 소개하는 시간>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이건, 다음번에 풀어 볼게요~
이맘때쯤이었어요.
학기초, 졸x, 재미없다를 외치던 여학생이 아침 독서 시간에 책에 푹 빠져 있더라고요.
"00야, 이 책 재미있어?"
그건 제 책이었어요. 저는 책을 소개한 후, 가장 잘 듣는 친구에게 책을 빌려주겠다고 말했거든요. 아이들이 가져온 책이 아닌 오직 선생님이 산 따끈따끈한 책이죠 (책값도 솔찬히 많이 나간 한 해!!)
(뭐 당연한 걸 묻는다는 얼굴로!!)
"선생님, 이거 우리들 이야기잖아요! 완전 똑같아요."
그 책은 바로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라는 책이에요. 무리짓기를 좋아하는 여학생 사이에 겪는 갈등을 리얼하게 잘 풀어낸 청소년 소설이라 손에 쥐어 주는 순간, 여학생들은 확 빠져서 읽더라고요.
그렇게,
책 읽어주는 김쌤은 또 하나의 새로운 전략! 책 소개하기로 6학년을 잘 마무리하였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