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나쁜 글, 이상한 글

쓰는 삶 2화 어른이 되어 만난 글쓰기

by 책꿈샘 김지원

* '쓰는 삶'이라는 주제로 연재되는 글입니다.


이런 기준이 있을까? 싶은데 자꾸 뭔가를 나누고 평가한다.


'음, 이건 좋은 글이네.'


'이건 별로다.'


'이건... 다시 써야겠다.'


한때, 지인과 함께 '내지르면 글쓰기'라는 아주 재미난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다.


회원끼리 공개된 커뮤니티이긴 했지만


대 놓고 '우린 막글을 쓰겠어!'라고 선언하고 글을 쓸 수 있는 게시판이었다.


내지르다가 말다가, 주춤하다가 다시 조용히 문을 닫고 자기만의 글방으로 회귀하긴 했지만 내겐


재미난 기억이었다.


왜냐하면 어른이 되어 쓴 글은 뭔가 잘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열망에 글을 썼는데


자유는커녕 삶이 고달플 때, 글까지 고달파지기까지 하니


과연 어른이 되어 쓴 글은 뭘까? 자괴감에 빠진 적도 있다.


글이 나에게 밥벌이가 되어 준 적도 없다.


나는 글로 먹고사는 전업작가도 아니고,


글로 먹고살 만큼 글을 특출 나게 잘 쓰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른이 되어 그것도 아주 뒤늦게 앞으로 살아가는 내 삶에서 글을 선택했다.


글이 나를 자유롭게 한 것도 아니고 글이 나에게 엄청난 행운을 가져다준 것도 아닌데 말이다.


누군 이런 나에게 '현실감 제로'라며 타박했지만


나는 그래도 글을 선택했다.


아이가 걸음마를 다시 배우듯, 미지의 언어를 익혀 나가듯,


문법을 다시 공부하고, 작법을 들춰보고 닮고 싶은 작가의 글을 베끼고, 고민하고 도전하고 기웃거리며


살고 싶다.


첫사랑처럼 확 다가오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운명처럼 화르르 불타 오르지는 않았던 글쓰기는


매우 뜨뜻 미지근한 채 지속되고 있지만 끝사랑, 찐 사랑으로 생각하고 있다.


매일 뭔가를 쓴다.


그리고 매일 그 뭔가에 좌절한다.


그런데도 어른이 되어 만난 글쓰기가 좋다.


좋아서 쓰고, 싫어질까 봐 그냥 쓴다.


좋은 글, 나쁜 글, 이상한 글.... 이란 기준을 내려놓고 그냥 쓰려고 한다.



회색 인간 등 다양한 엽편의 달인. 무려 900편에 달하는 초단편 소설을 쓴 김동식 작가. 나는 그의 이 말이 참 좋았다.


“주물 공장 노동자에 불과했던 내가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건 글을 잘 써서가 아니라 꾸준히 썼기 때문이다. 초반에 쓴 글은 모두 형편없었다. 하지만 꾸준히 쓰다 보니 점차 발전했고, 그 과정에서 받은 많은 응원 덕분에 작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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