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투자법'에 대한 고찰 1
십여 년 전이다.
서른을 앞두고 하나의 가치를 정해보자는 야무진? 생각을 했다.
그때,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
"나에게 투자하라!"
그 말은 멋졌다.
모든 재테크가 0에 수렴하는 것을 보면서 '나투자법'은 획기적이고 믿음직스러웠다.
자기애가 강한 탓이었는지 아니면 몹쓸 자신감이었는지 몰라도 나는 미미하지만 끈을 붙잡고 있었던 경제 공부와 노력을 버리고 나투자법에 올인했다.
나투자법의 핵심은 "공부"였다.
특히 "독서와 글쓰기"를 도구로 하는 독학공부시스템을 스스로 구축하고 내가 흥미를 가지는 공부에 대해 아낌없이 투자했다.
강남역에서 코칭 세미나가 열리면 거기에 참여하고,
직장인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비싼 사립 대학원 등록금에 투자하고,
서점에 가서 아낌없이 책을 사면서 이 투자법이 복리의 마법을 부리고, 대박을 치기를 막연하게 기대하며 살았다.
모든 투자가 그러하듯, 상승과 하락의 반복 곡선을 가지는데 나투자도 그랬다.
어느 해는 알찼고,
어느 해는 부질없었고,
어느 해는 쉬었다.
어영부영 그렇게 십 년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지금 나 투자법은 어떻게 되었을까?
올해, 나에게 붙은 타이틀이 하나 있다. 이른바 "40대 영끌족!"
인터넷 뉴스나 텔레비전에서 경쟁하듯 나오는 본격적인 부동산 하락과 영끌족의 비명에 대한 보도 후, 지인들의 걱정하는 전화가 이어지곤 했다.
"그 뉴스 보고 자기 생각했잖아! 괜찮아?"
무언가를 보고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그래도 잘 살아왔다는 시그널이라 위안하며 그들에게 아직 버틸만하다는 소식을 전했다.
나는 삶은 진행할수록 더 나아지는 거라고 믿었는데 최근에 이 신념이 깨졌다.
10년 이상 나투자법을 실행해 온 투자자로서
어디서부터 허점이 있었는지 자꾸 찾아보게 되었다.
나투자를 시작하면서 경제공부를 손 놓아서 그랬을까?
배우자에게 모든 경제권을 준 탓일까?
너무 무지했던 탓일까?
작년 부동산 상승 신화에 욕심을 냈던 탓일까?
(실거주용으로 산 집인데 말이다.)
찾으려면 차고 넘치는 게 남 탓 일 거다.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라는 의문으로 시작해 일어설 수 있다는 명제로 끝날 무렵,
또 들리는 외부 상황의 비극을 지켜보며
과연 이 삶이 내 의지대로, 내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운용 원리를 가진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나투자법의 운용 법칙인 "내 인생의 주인은 나"라는 이야기는 신화로 끝날 일이 아닐까라는...
현재, 나투자법의 수익률은 미미하다.
이걸 가지고 나투자법이 망했다고 해야 하나? 잘은 모르겠지만
어찌 됐건 나는 최근에 경제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삶의 주인은 제쳐두고,
자본의 주인은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생각보다 자본이 휘두르는 칼날이 꽤 아프다는 걸 절감하는 고금리 시기를 온몸으로 버티고 있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