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aehyun Kim Nov 06. 2015

마음의 템포

엇박자가 불러온 참사에 관하여...

한동안 앞으로 평생을 정성들이며 할만한 운동을 찾아보겠다고 허둥대던 때가 있었다. 포브스(Forbes)에난 MBK파트너스 김병주 대표의 기사를 읽고 난 후라고 생각한다. 그의 인터뷰 장소는 라켓볼장이었고 인터뷰의 시작도 땀흘리며 경기에 임하고 있는 그를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거다 싶었다. 누구나 하는 운동은 아니지만 어느정도의 대중성은 가지고 있어 설명하기에도 좋은 운동이었다. 마침 집앞에 라켓볼장이 있었고, 한달음에 달려가 등록을 마쳤다. 그렇게 나와 라켓볼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나는 대체로 체격조건이 좋은편이다. 대게 열심하 하는 편이기 때문에 자세도 금방 습득한다. 끼니를 거르지 않고 먹어대니 웬만큼 파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 실력이 붙지 않는다. 연습할때 생각하는 것 만큼 경기에 들어서면 점수를 내기가 쉽지 않다. 나보다 별반 잘나보이지 않은 상대와의 시합에서도 좀처럼 승리하기가 쉽지 않다.

템포가 빠르다. 마음이 급하니 몸이 허둥대고 늘 반에반박자정도 빠르다. 경기에 몰입하면 할수록, 마음은 더 조급해진다. 손가락 움직임은 재빠르지만 메트로놈을 무시하고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같다. 힘을 주어야 할때 못주니 제힘을 다 쓰지 못하고, 호흡과 템포가 맞지 않으니 숨은 거칠어진다. 급한 마음에 휘두른 반에반박자정도씩 빠른 스윙은 피로를 불러일으키고 쉬이 지치게 만든다.

뭔가 이기고 싶고 빠르게달리고 싶은 조급한 마음이 만든 엇박자는 주변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고, 스스로도 제풀에 제가 지치도록 하는 참사를 빚는다. 이런 엇박자는 직장에서는 과한 충성심으로 상사눈밖에 나도록 하고, 연애에서는 지레짐작으로 내뱉은 말에 상대를 질리게 만들어 떠나도록 한다.

엇박자를 없애려면, 마음을 편하게 먹어야 한다.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알아야 하고 인생의 마디마디를 즐길줄 알아야 한다. 나를 향해 돌진하듯 날아오는 공을 보고 허둥대기만 해서는 정확하게 공을 쳐낼 수 없다. 공이 어디로 날아오는지 분석하고, 적절한 장소에서 제대로 힘을 쓸때를 기다려야 한다. 삶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아주 작은 사소한 일도 마디마디를 즐기며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줄것인지 생각치 않고 허둥대고 자기방어에 급급하다면 그 일의 진실한면을 바라보지 못한체 보내버릴 가능성이 높다.

나를 포함한 현대인의 대부분은 인생을 지나칠정도로 과하게 열심히 산다. 학생으로, 직장인으로, 군인으로, 가장으로 맡은 위치에서  남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뛰어왔다. 주어진 시간대비 할일이 너무 많아 곰곰히 생각해볼 시간마져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인생을 돌아본 지금 그 열심과 노력이 만족으로 돌아오지 않고 피로와 절망으로 다가왔다면, 나의 라켓볼 경기와 비슷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조급함이 낳은 엇박자의 참사는 막아야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