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전형에 떨어졌다고 자책하지 마세요.
보릿고개다. 상반기 공채 공고가 나기까지 취업준비생들은 호흡기에 의지하듯 졸업을 유예한 채 대학생도 아니고 졸업생도 아닌 어정쩡한 삶을 살아야 한다.
토익점수를 새로 따고, 자소서를 첨삭받는다. 스피치 학원을 등록하고, 스터디 참가를 위해 면접을 본다. 또다시 실패하지 않으려면 900점대의 토익점수가 필요하고, 손톱 밑 때까지 장점으로 승화시킬 자기소개서가 필요하다. 면접관의 어떤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즉시 답할 수 있도록 예상 Q&A를 숙지해야 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학생도 일반인도 아닌 이들은 오늘도 도서관에서 스터디 룸으로 다시 학원으로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달린다. 시간이 없다. 남은 시간 동안 부족한 부분을 메우지 않으면 다음 공채에서도 떨어질 것이다.
취업이 안 되는 것은 자기소개서를 잘못 써서도 아니고, 면접을 잘못 봐서도 아니다.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청년 실업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며 그저 스쳐 지나갈 당연한 일로 여겨서도 안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실업률(15~29세)은 2016년 12월 기준 8.4%이다. 전체 실업률 3.2%에 비해 청년실업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일하기를 원하는 청년 100명 중 대략 8명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가만 생각해보니 청년실업률 8.4%는 너무 낮다. 내 주위에는 취직을 못해 설날 가족모임을 못 간 친구가 수두룩 하고, 졸업학점을 다 채우고도 졸업을 못하고 있는 졸업유예생이 넘쳐나는데 실업률이 8.4%라면 나와 내 주위를 빼고는 모두 취직이 되었다는 것인가?
이는 통계청이 바라보는 취업과 우리가 생각하는 취업의 관점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통계청 기준에 따르면 수입을 목적으로 1주일 동안 1시간 이상 일한 사람은 모두 취업자다. 따라서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마지못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사람도 취업자로 분류된다.
취업자 2,645만 명 중 주당 17시간 미만 근로자(일시휴직자 포함)는 159만 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취업자의 6% 수준이다. 우리가 실질적으로 취업상태라고 판단하는 주당 36시간 이상 근로하는 상시 근로자는 전체의 84%에 불과하다. 취업자 중 주당 36시간 미만만 일하는 자를 제외하면 청년 실업률은 22.8%로 상승한다.
취업의 기준을 중견기업 이상으로만 한정하면 실업률은 더욱 올라간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종업원 300인 이상인 기업에 취업한 취업자는 246만 명이다. 이는 전체 취업자 2,645만 명의 9.3%에 불과한 수치다. 반면 종업원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취업자는 대기업 취업자의 3배가 넘는 36.8%에 달한다. 취업자 중 종업원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자를 제외하면 청년실업률은 42.1%가 된다.
이마저도 다소 과소 계상된 측면이 있다. 실업률은 경제활동의사가 있는 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자를 말한다. 취업준비, 가사, 육아 등을 이유로 경제활동에 참가하지 않는 자를 비경제활동 인구라고 하는데 이들은 실업률 산출에서 아예 배제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경제활동인구는 15세 이상 인구의 37.2%나 된다. 이마저도 청년층은 취업준비, 학업, 군입대 등을 이유로 전체 평균보다 한참 높다.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6년 말 기준 46%에 불과하다.
또다시 서류전형에 떨어졌다고 자책하지 말아야 한다. 슬퍼할 문제이지만 본인이 잘못했거나 부족해서가 아니다. 청년층 인구 중 46%만이 취업의사가 있고, 그중 주당 36시간 일하는 근로자는 77%밖에 안된다. 대기업 취업자만 따지자면 청년층 인구의 5%도 안된다. 번듯한 대기업에 단번에 척 합격한 엄마 친구 아들은 말처럼 그리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