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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ehyun Kim Jan 06. 2017

아이폰과 일본 경제

워크맨과 닌텐도는 어디에?

  일본은 전자제품의 메카였다. 소니, 파나소닉, 아이와에서 만드는 워크맨은 전 세계로 팔려나갔다. 소형가전의 생산은 일본이 거의 독점했다. 


  핸드폰 시장에서도 일본은 승승장구했다. 일본 내수시장은 Sharp, Fujitsu 등 일본 제품들이 차지했다. Nokia는 2009년 일본 판매를 중단했고, 모토로라도 DoCoMo M702iS를 끝으로 사실상 일본 시장에서 철수했다.


  하지만 2009년 2월 Softbank가 2년 약정으로 iPhone 3G를 일본 시장에 들여오면서 상황은 완전히 역전된다. 아이폰은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패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고, 2012년에는 Sharp, Fujitsu를 넘어 일본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였다("How the iPhone conquered Japan", Fortune, Jun 26 2014). 이후 일본의 스마트폰 시장은 완전히 Apple에 넘어갔다. 


브랜드별 일본 스마트폰 점유율 

Bloomberg Businessweek 2016.2.5.

  많은 사람들은 아이폰의 성공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았다. 일본인의 특유한 성향과 일본 전자제품의 성능만 감안한다면 아이폰이 결코 유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Why the Japanese Hate the iPhone, www.wired.com, Feb 2009


Does Japan really hate the iPhone?, www.theguardian.com, Mar 2009


  그러나 아이폰은 예상 밖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2016년 기준 아이폰의 일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50%에 육박한다. Apple이 만들어낸 작고 예쁜 기계는 하이테크로 중무장한 일본 제품들을 순식간에 밀어내 버린 것이다. 이제 일본 전역에서 아이폰을 쓰는 사람보다 쓰지 않는 사람을 발견하는 것이 더 어렵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Apple의 성공은 아이폰이 일본의 기술력을 끌어낼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Apple은 앱스토어를 통해 외부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앱을 만들어 배포할 수 있도록 한다. 이것이 일본인의 needs에 딱 들어맞은 것이다. 수많은 일본의 기술자들은 필요한 기능을 앱으로 만들어 앱스토어를 통해 자유롭게 배포했다. 그들은 더 이상 기술을 상품화 하기 위해 제조사를 찾아가서 부탁하거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다. 일본의 high-tech가 아이폰을 만나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걱정이다. 수출 전망이 어두울 뿐만 아니라 내수도 부진하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핸드폰, 반도체, TV, 태양광, 2차 전지 등 모든 분야에 경쟁자들이 바짝 붙어있다. 창조경제를 외쳤던 지난 4년 동안 이룬 것이 별로 없어 이들의 추격이 더욱 불안하다. 


  일본이 핸드폰 시장을 Apple에 뺏긴 것에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일본의 제조사들은 과거에 얽매여 변화하려 하지 않았다. 일본이 가지고 있던 high-tech를 사용할 줄 몰랐다.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활용할 줄 몰랐다. Apple은 이것을 잘 활용했고 아이폰으로 1억 명이 넘는 인구를 가진 일본 시장을 차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Apple의 점유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금 진지한 고민이 없다면 우리도 일본과 같은 길을 걸을 것이 뻔하다. 우리가 잘하고 있는 분야를 일부러 내줄 필요는 없다. 대기업은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해 주고, 동시에 중소기업이나 개인들이 창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똑똑한 경제정책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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