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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 막내가 부장님이 된 이유

직장 내 상하관계에 대한 생각

by 서이담

“부장님~안녕하십니까.”


오늘도 나는 이 말로 우리 팀 막내에게 아침 인사를 한다.

출처: 드라마 미생

내가 이렇게 깍듯이 우리 팀 막내를 모시기(?) 시작한 지는 언 1년이 다 되어간다. 사실 나보다 직급이 낮은 후배와 함께 일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에는 업무를 부탁하기도 어색했고 어떻게 후배를 대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몇몇 동기들은 이미 후배와 일한 경력이 있는지라 후배 흉도 보고 이미 여러 일들도 겪어 보았는데 나는 그러지 못해 더 시행착오가 많았나 보다. 무엇보다 나를 괴롭혔던 건 나 스스로 내가 꼰대가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일상 업무 속에서 후배를 대할 때의 내 꼰대스러운 마인드가 충돌이 많았다는 거다.


그러던 어느 날 후배가 어떤 일을 했는데 굉장히 리더십 있게 나이 많은 팀원들을 설득했었다.(사실 어렴풋이만 기억이 난다.) 그래서 누군가가 막내를 “부장님”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내 머릿속이 살짝 띵했다. 깨달음이 왔던 것이다.


아! 후배를 후배로 대하지 말고 상급자처럼 한 번 대해볼까?


이 생각으로 후배를 대하니 장점이 많았다.


첫째, 업무가 훨씬 쉬워졌다. 어떤 업무를 부탁할 때 내 말투가 지시하는 투로 들릴까 봐 걱정이 되었는데 부탁조로 말하게 되니 후배도 “아이고 그럼요~” 하며 흔쾌히 받았다. 그리고 후배가 해 준 결과물이 좋을 때 “아우 우리 부장님 너무 감사합니다. 부장님이 도와주시니 이렇게 행복할 데가 없습니다.” 하며 아부를 날리기도 좋았다.


둘째,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후배가 아니라 상사처럼 대하니 후배가 평가의 대상이 아니게 느껴졌다. 즉 꼰대의 시각으로 후배를 보는 일이 현저히 줄었다. 그러니 자연히 서운한 것도 없어졌다. 상사가 나를 이만큼 도와준다고 생각하니 마냥 고마워졌다. 그리고 서로 간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둬야겠다고 맘먹은 것도 실행이 잘 됐다. 좋은 일이었다.


그래서 1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막내는 부장님이다. 후배도 처음에는 그렇게 부르지 말라더니 팀원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니 포기한 눈치다. 내심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ㅎㅎ


그나저나 언젠가는 승진을 시켜드려야 할 텐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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