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하는 말이 꼭 내게 하는 말 같았어

위로를 하려다가 깨달은 것들

by 서이담

직장생활을 하면서 다행스러운 것은 내 주변에 내 못남을 알면서도 나의 부족함을 알면서도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그들에게 보답하는 의미로(?) 최선을 다해 그런 사람이 되어주려 노력한다. 완벽하게 그렇게 되지 않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힘든 일이 있으면 끌어안고 끙끙대기보다는 털어놓을 수 있다는 관계가 있다는 게 참 고마운 일이다.


오늘도 그랬다. 평소에 내가 힘들 때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던 친구가 요즘 좀 많이 힘들어 보였다. 하고 있는 일이 회사에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 그런지 이것저것 부딪히는 일도 많고 일정도 밀려 친구가 지난 며칠간 좀 우울해 보이기도 했는데 오늘은 특히 더 힘들다고 했다. 일단 만나서 위로를 해 주려 했는데 친구에게 또 업무상 급한 전화가 와서 이야기도 마치지 못한 채 헤어지고 말았다.


그 날, 점심시간이 지나 우리 그룹의 임원이 사람들을 모아놓고 대화하는 시간이 있었다. 처음에는 회사 실적 등 뭔가 실용적인 이야기를 하시나 싶었는데, 긴 내용 끝에 정말 진심으로 몇 가지 당부의 말씀을 하신 게 있었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 회사 다른 사람들의 반발에 부딪힐 때도 있고 또 무시를 당할 수도 있어요. 어찌 보면 회사에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들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반발은 당연한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감정적인 동요가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스키 타는 걸 좋아하는데요. 아무리 무서운 코스라도 코를 땅에 박는다는 생각으로 몸을 완전히 땅에 밀착시키면 절대 넘어지지 않더라고요. 무섭다고 뒤로 몸을 젖히게 되면 오히려 사고 날 확률이 높지요. 여러분들도 그렇게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무슨 일이 닥치면 무섭다고 뒤로 몸을 젖히기보다는 앞으로 숙여서 헤쳐나가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 과정에서 힘든 일이 있다면 제게 말하시고요. 제가 돕겠습니다."


돕겠다는 말의 진위와 상관없이 이 말이 참 힘이 되는 것 같아 좋았다. 그래서 친구에게 이 말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친구야. 너도 힘내. 어찌 보면 우리가 직장 생활하면서 부딪히는 어려움은 당연한 건지도 몰라. 그렇지만 우리가 사리사욕 채우자고 일하는 것도 아니고, 다 열심히 하자고 하는 일인데 어깨를 펴고 당당해지자."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말을 내가 이 친구에게 하고 있는 게 맞을까? 나는 이 친구에게 말한다고 생각하지만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인 것 같다. 아! 나는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이 친구에게 하고 있구나. 친구에게 나에게 건네는 위로를 하고 있구나.'


생각해보니 그랬다. 내가 한 말을 가장 먼저 듣는 건 나 자신이었다.


Photo by Briana Tozou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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