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음료보다 상쾌한 으른의 맛
몇 년 전 여자 친구들 몇 명과 제주도에 놀러 갔었다. 그때 자기가 여행 가서 가고 싶은 곳과 먹고 싶은 것 한 가지씩을 골라서 갔는데 그중 한 곳이 바로 흑돼지 식당이었다. 굉장히 유명한 식당이었는지 사람들이 북적북적 많았다. 밑반찬이 쭈욱 세팅되어 나오는데 친구가 마늘 편을 하나 집어 쌈장에 콕 찍더니 냠냠 맛있게 먹었다.
"아니 그 매운 걸 먹어?"
"왜 못 먹어? 얼마나 맛있는데! 평소 회식 때는 냄새날까 봐 못 먹는데 여행 왔으니 먹어야지!"
당시 나는 오이 고추만 간신히 찍어먹는 매운맛 하수였기 때문에 마늘을 먹는 친구가 엄청 신기해 보였다. 지글지글 고기가 맛있게 구워지고 있었다. 친구는 고기와 함께 마늘과 고추를 쌈 싸서 먹는데 그게 그날 따라 엄청 맛있어 보였다.
"나도 한 번 먹어볼까?"
쌈에다가 넣어 먹으면 조금 덜 맵겠지 하는 마음에 상추 위에 고기를 올리고 그 위에 고추와 마늘을 넣고는 쌈장을 넉넉히 뿌려 쌈을 쌌다. 그리고 입에 쏙 넣어 우물거리는데 쌉싸래한 맛이 먼저 올라왔다. 늘 마늘은 구워 먹는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먹으니 굉장히 색달랐다. 고기의 텁텁한 맛을 한 번 깨끗하게 눌러주는 느낌이랄까? 청량음료와는 다른 톡 쏘는 맛이 있었다. 그날 나는 생마늘 홀릭이었다. 땡초가 주는 즐거움도 알게 됐다. 그 고통스러우면서 짜릿한 느낌! 오이 고추 파였던 순둥 한 옛 과거를 청산하고 드디어 매운맛의 세계에 입문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래서 먹는 거구나!'
이제는 조금 스트레스를 받는 날이면 자연스레 매운 게 당긴다. 아이를 임신하고 수유를 할 때에도 매운 것을 못 먹는 게 아쉬웠을 정도로 매운맛에 정이 들었다.
크~으른의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