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배운 입맛

함흥냉면 미안, 난 평양냉면에게 빠져버렸어

수건을 빤 듯한 이 맛에 중독돼버렸으!

by 서이담
1503636148923669.jpg 고양 스타필드 평양면옥

"난 평양냉면 별로던데..."


나는 지독한 함흥냉면 파였다. 그런 내가 평양냉면에 빠졌다. 함흥냉면아 미안하다.


계기는 우연했다.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이 나들이 가기에 가장 만만한 게 스타필드다. 주말마다 거기서 시간을 보내곤 하는데 남편이 평양면옥에 있는 어린이 만두 세트가 가성비가 좋다고 했다. 솔직히 별 맛이 없지만 그래도 아이 메뉴가 잘 구성돼 있다니 그걸로 한 끼 때워야겠다는 생각으로 냉면집에 들어갔다.


"어? 어라?"


톡톡 쏘는 고춧가루와 파채가 올라가 있는 평양냉면이 나왔다. 그리고 한 입 먹었는데 국물 맛이 그윽했다. 간이 되어 있는 듯 되지 않은 듯 슴슴한 국물 속에 들어있는 툭툭 끊어지는 메밀 면발이 내 입에 가득 찬 순간 직감했다. 나는 평양냉면을 좋아하게 되겠구나. 심지어 그곳의 모든 메뉴가 다 옳았다. 남편이 시킨 비빔냉면은 파가 송송 많이도 썰려 있었는데 그게 그렇게 맛이 있었다. 어린이 만둣국 메뉴는 가성비가 좋았다. 만둣국이 꽤 실한 데다가 어린이용 작은 밥 한공기도 나왔으니까. 그렇게 우리는 스타필드 고양점에 갈 때마다 평양면옥에 들르게 되었다. (덧붙이는 말인데 하남 스타필드는 어린이 만둣국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평양냉면 맛도 좀 덜한 것 같다.)


며칠 후 평양면옥 냉면이 참 맛있더라는 이야기를 사촌동생에게 했는데 사촌동생이 이렇게 말했다.


"난 우래옥이 제일 맛있던데?"


"그래?"


이번엔 우래옥이었다. 우리 가족은 다음 주말에 우래옥으로 향했다. 그 근처에 무슨 볼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순전히 냉면을 먹겠다는 생각 하나만 가지고서 떠났다. 근처에 도착했는데 사람이 정말 많았다. 차를 타고 들어가는 입구부터 꽉 막혀 있었다. 냉면을 먹을 각오를 하고 왔기 때문에 우리는 그냥 기다렸다. 그리고 차를 주차했는데 대기도 엄청 길었다. 배가 그리 고프지 않았던 터라 옆 카페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조금 후에 다시 식당엘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거야?'


그리고 얼마 후 냉면이 나왔다.

다운로드.jpg 우래옥 냉면, 육향의 극치다

냉면 육수를 한 입 먹었다. 차원이 달랐다. 평양면옥보다 더 깊고 그윽한 맛이었다. 같이 달려온 겉절이 김치도 맛있었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찾았는지 알만했다. 다만 비빔냉면은 고양 평양면옥보다는 감칠맛이 별로였다. 아마 이곳은 메밀을 좀 더 많이 써서 그런가 보다 싶었다. 물냉면만큼은 아직까진 여기가 최고다.


그 후로도 여의도 냉면 맛집 등 평양냉면집을 찾아다니고 있다. 아직까지 우래옥을 대체할 만한 곳은 찾지 못했지만 이렇게 맛집을 찾아 맛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렇게 나는 변절자가 되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생마늘과땡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