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반짝임
너무 더운 여름이 되면 식욕이 왕성한 나도 별로 입맛이 없는 때가 있다. 그때 딱 생각나는 게 할머니가 해주신 무짠지다. 80이 넘은 할머니께 무짠지 좀 해달라고 전화를 할 정도니 내 무짠지 집착(?)이 얼마나 심한지는 잘 알겠으리라. 무짠지는 무쳐 먹을 수도 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무짠지를 길게 썬 다음 물을 조금 부어 하루 이틀 정도 놓고 시원한 유리그릇에 넣어 먹는 것이다. 만약 집에 무짠지가 없으면 시어머님이 해주신 오이지를 송송 썰어서 물을 조금 섞는다 그리고 실파를 송송 썰어 넣으면 무짠지의 그윽한 맛은 없지만 그래도 상큼하게 먹을 수 있는 오이지가 만들어진다.
무짠지나 오이지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하지만 내가 가장 사랑하는 건 누룽지랑 같이 먹는 것이다. 팔팔 끓은 지 얼마 안 되어 뜨거운 누룽지 한 술에 무짠지와 오이지를 척 얹어서 먹으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소화가 잘 안 될 때나 입맛이 없는 더운 여름날 먹으면 꿀맛이다.
크으~할머니한테 전화 한 통 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