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기일까 오만함일까
오늘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출근을 했다. 근 2주 동안 생각해왔던 것들을 팀원들 앞에서 이야기하려는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없을 순 없겠지만 지금의 상황을 그냥 넘기는 건 아니다 싶었다. 팀원들 간에 불만이 점점 크게 쌓이기 시작했고 팀이 알게 모르게 와해되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남편과 이야기를 하다가 팀에 한 번 이야기를 꺼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 생각들을 요목조목 정리해서 메모를 했다.
오늘 아침에 팀원들에게 이렇게 메시지를 보냈다.
"업무적으로 그리고 개인적으로 잠깐 드릴 말씀이 있는데 팀 회의를 할 수 있을까요?"
몇몇 팀원들은 뭔지 알겠다는 느낌으로 자리에 앉았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는 사람도 있었다. 몇 가지 업무적인 이야기를 한 뒤 본론을 꺼냈다. 모두가 듣기 좋은 이야기는 아녔다. 쓴소리였으니까. 묵묵히 내 말을 듣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내가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바로 반기를 드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 말하는 것 까지는 나의 영역이지만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그 사람의 몫이니까.'
묵묵히 들었다. 그리고 내가 인정해야 할 부분은 인정했다. 내가 생각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거의 한 시간 가량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쏟아냈던 것 같다. 그리고 회의가 마무리되고 같이 점심을 먹으러 갔다.
친한 동기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다들 걱정하는 표정들이었다. 네가 한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꼭 네가 그 이야기를 꺼냈어야 했냐고. 그런 말을 해서 괜히 미운털이 박힐까 봐 걱정이 된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저지르기 전에 친구들한테 먼저 얘기를 좀 해달라고 했다. 얘기를 듣다 보니 내가 괜한 이야기를 꺼냈나 약간 후회스럽기도 했다. 유리 멘털 주제에 미움받을 이야기를 꺼내다니. 참 나도 나다 싶었다.
사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는 이야기를 꺼냈을 것 같다.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서는 마음이 갑갑했을 것 같다. 하지만 예쁨 받기보다는 미움받을 용기를 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경험했다. 패기 일지 오만함 일지 모르는 나의 말에 얼마큼 변화가 일어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오늘 참 큰 용기를 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