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에는 뜸 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 체험학습을 위해 호랑나비를 키워봤다. 나뭇잎에 붙어있는 쌀알보다 작은 나비 알이 검은색 애벌레가 되고, 껍질을 한 번 벗고 좀 더 큰 초록색 애벌레가 되었다가 번데기가 된다. 번데기 상태에서 탈피를 하고 나오면 그제야 나비가 될 수 있다.
호랑나비를 키우는 모든 과정이 참 신기했지만 그중 가장 신기한 과정은 번데기 상태였다. 애벌레가 먹이를 많이 먹고 어느 정도 통통해졌을 때 잘 살고 있던 집에서 나와 정말 놀라운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리 집 작은 쌀통 안에서만 살던 애벌레는 거실 이쪽 벽에서 저쪽 벽까지 엄청나게 빨리 움직였다. 그리고 천적에게 먹히지 않을 만한 장소를 귀신같이 찾아내 자리를 잡았다. 몸을 웅크려 벽에 딱 붙은 다음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그곳에서 번데기가 된다. 번데기는 처음에는 애벌레의 모양과 형체였다가 점점 갑옷 같은 껍질 형상이 되어갔다. 번데기가 된 시간 동안 나비는 천적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였다. 누가 자신을 해치려 해도 도망가는 것은 물론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 시기에 잘못 만지기라도 하면 영영 나비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
남편이 말해 주었다.
정말 신기했다. 어떻게 저 작은 몸이 혹독한 겨울을 견딜 수 있을까? 그리고 자기의 모습을 완전히 잊은 채 자신을 모두 바꿀 수 있을까?
우리 삶에도 그런 시기가 있는 것 같다. 주위에 변화가 많고 나도 많이 바뀌어야 하는 시기. 그럴 때 나는 많이 동요하고 흔들리는 편이었다. 그런데 나비는 달랐다.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 외부 환경에서 물러나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을 송두리째 바꿔 나갔다. 이건 모험이다. 나비가 모든 것을 걸고 하는 숙명이다. 흔들리는 나에게 '때로는 나아가기 위해 멈춰 서야 함도 필요하다'라고 누군가 이야기했다.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내 자리를 잘 밟아 다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번데기 속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것처럼 인생에도 뜸 들이는 시간이 있어야 튼튼하게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