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보다는 휴가가 낫지
지난주 나에게 좀 힘든 일이 있었다.
나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던 일인데 팀원 중 한 사람이 일을 바꿔보는 게 어떻냐고 내 역량이나 성향상 다른 일이 맞을 것 같다면서 그게 내 성장을 위해 더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분명 나를 위한 말처럼 들렸는데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빴다. 다른 일을 같이 해보라는 것도 아니고 업무를 바꿔보라고 이야기하는 그분의 의도가 뭘까 궁금해졌다. 오해도 생겼다. 나를 이 자리에서 빼고 다른 사람에게 일을 주려고 하는 것인가 하는... 순식간에 모든 열의와 의지가 사라졌다. 회의감도 들었다. 난 분명 월급만 받고 일을 하려고 부서를 옮긴 게 아니었는데, 나름 잘 해왔다고 생각했었는데 가까이서 일하는 팀원한테 이런 취급을 받으면서 일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제 그만 일하고 싶다."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꽉 채웠다. 회사 선배도 친구도 나를 말렸지만 이런 충동은 멈춰지지가 않았다. 회사에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았다. 정확히는 그 말을 한 사람을 보기가 싫었다. 선배에게 문자로 계속 찡얼거리자 선배가 말했다.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게 뭔데?"
"집에 가고 싶어요."
"그럼 연차를 내라. 내일까지 마음 정리하고 오겠다고 해."
팀장한테 연차를 좀 쓰겠노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집에 왔다. 맛있는 점심을 사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누워서 낮잠도 잤다. 시원하게 에어컨을 틀어 놓고 일부러 웃긴 프로그램만 골라가면서 봤다.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사실 이렇게 급작스럽게 연차를 쓰는 게 좋게 보이진 않겠지만 일단은 아무 생각 없이 쉬기로 했다.
그리고 주말을 보내고 난 오늘 회사에 가기 싫은 몸과 마음을 이끌고 출근을 했다. 몸도 마음도 너무 무거웠다. 그렇지만 지난주처럼 아예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들진 않았다. 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업무를 할 수는 있을 정도가 됐다. 팀장과 긴 면담을 하고 나도 어떤 부분은 내가 오해를 했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드디어 그 발언을 했던 사람과 마주하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사실 모든 게 다 해결된 건 아니다. 마음에 찜찜함은 있다. 그렇지만 그날 꾹 참고 퇴사나 다른 팀으로 옮기겠다고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 그건 참 잘했다 싶다. 한 번 뱉은 말은 나에게 비수로 돌아왔을 테니까. 회사생활 7년차, 이제 이런 저런 일도 겪고 다 지나갈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려움은 또 온다. 그럴 때마다 참고 넘어가는 인내가 필요한 것 같다.
그런데 그것도 참 쉽지가 않다. 에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