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시간을 배불리 먹여 보내고픈 마음
“어인이 집(어린이집) 가기 시여”
며칠 전 아이가 또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했다. 지난번 어린이집 등원 거부 사태 때 원인 파악을 했던 터라 심장이 덜컥 내려앉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속이 쓰렸다.
다음 날 아침, 사실 회사 말고 다른 곳으로 외근을 가는 일정이 잡혀 있었기 때문에 남편에게 등원을 맡길까 고민했다. 그런데 남편이 차로 아이를 데려다주고 또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기가 불편해 보여서 내가 회사에 출근했다가 외근을 가기로 했다.
자는 아이를 뒷좌석에 태우고 운전을 하는데 문득 아이와 함께 아침을 먹고 등원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회사에 도착해 아이를 깨우고는 어린이집 근처에 있는 커피숍에 왔다.
아이는 오렌지주스를 골랐고, 나는 함께 먹을 샌드위치와 커피를 골랐다. 꿀꺽꿀꺽 오렌지주스를 잘도 마셨다. 아이가 먹는 모습을 보는데 내가 다 기분이 좋았다. 샌드위치 속은 먹기 싫었는지 빵만 먹어서 빵을 때어내 주었다. 식빵 두 장을 다 먹었다. 중간중간 장난도 쳤다. 행복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어린이집에 가는 길은 경쾌했다. 아이는 나랑 시간을 보내고 가서인지 기분이 좋아 보였다. 눈도 채 못 뜬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때와는 공기가 달랐다. 나도 괜스레 뿌듯하고 든든해졌다.
어린이집에 도착하니 친한 친구가 와있었다. 친구와 만나 반가워하며 뛰어들어가는 아이를 보니 안심이 됐다. 나도 아이와 발랄하게 인사를 하고는 출근길에 올랐다.
밥을 먹여 보내보니 엄마들이 왜 그렇게 아침밥에 집착했는지 알겠다. 배를 채워주었다는 마음도 마음이지만 아침 시간을 아이와 함께했다는 안도감이 더 컸으리라 느껴진다. 출근시간이 빠듯해 매일 이러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가급적 아이와 아침을 잘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