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는 값을 한 날
유난히 비죽대고 비협조적이었던 유관부서 사람이 있었다. 업무를 설명하면 대놓고 비웃음을 치기도 하고, 협조를 구하면 내가 왜 당신 요구를 들어줘야 하냐며 따져 묻던 사람이었다. 당연히 함께 일하는 게 어려웠고 몇 번은 정말 부딪힐 뻔한 적도 있었다. 미팅을 요청했었는데 전후 사정은 듣지도 않고 자기가 왜 굳이 미팅을 나가서 설명을 해주어야 하냐며 쌩을 깠던 것이다. 그 후로는 나도 거리를 좀 두었다.
며칠 전 이런 연락을 받았다. 그 부서의 부서장이 나와 함께하는 업무에 대해 유관부서 사람에게 보고를 받겠다고 했나 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 이 사람은 시간 여유 없는 일을 계속 요청해왔다. 메신저로, 핸드폰으로, 문자로 계속 '죄송하지만'으로 시작하는 문장들이 날아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대응해주기가 싫었다. 그동안 당한 게 있으니까.
개인적인 일이 아닌 회사일, 그리고 우리 팀과도 관련이 있는 일이었다. 정신을 차렸다. 메신저로 건조하지만 확실하게 답장을 해주고 요청받은 일을 빠르게 해서 메일로 전달했다. 전화도 받았다. 문자에도 답장을 했다. 하지만 그 사람처럼 짜증 섞인 말은 한마디도 덧붙이지 않았다. 그냥 필요한 말만 했다. 평소보다 좀 건조하긴 했지만 요청했던 모든 걸 다 해주었다.
똑같이 갚아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감정을 꾹 누르고 최대한 협조했다.
나는 프로페셔널,
나는 월급값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