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대로갚지 않는 프로페셔널함

돈 받는 값을 한 날

by 서이담
hunters-race-MYbhN8KaaEc-unsplash.jpg Photo by Hunters Race on Unsplash

유난히 비죽대고 비협조적이었던 유관부서 사람이 있었다. 업무를 설명하면 대놓고 비웃음을 치기도 하고, 협조를 구하면 내가 왜 당신 요구를 들어줘야 하냐며 따져 묻던 사람이었다. 당연히 함께 일하는 게 어려웠고 몇 번은 정말 부딪힐 뻔한 적도 있었다. 미팅을 요청했었는데 전후 사정은 듣지도 않고 자기가 왜 굳이 미팅을 나가서 설명을 해주어야 하냐며 쌩을 깠던 것이다. 그 후로는 나도 거리를 좀 두었다.


"죄송합니다만, 혹시 이 부분 최대한 빨리 해서 오전 중으로 넘겨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가 오후에 보고여서요."


며칠 전 이런 연락을 받았다. 그 부서의 부서장이 나와 함께하는 업무에 대해 유관부서 사람에게 보고를 받겠다고 했나 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 이 사람은 시간 여유 없는 일을 계속 요청해왔다. 메신저로, 핸드폰으로, 문자로 계속 '죄송하지만'으로 시작하는 문장들이 날아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대응해주기가 싫었다. 그동안 당한 게 있으니까.


하지만 일이었다.

개인적인 일이 아닌 회사일, 그리고 우리 팀과도 관련이 있는 일이었다. 정신을 차렸다. 메신저로 건조하지만 확실하게 답장을 해주고 요청받은 일을 빠르게 해서 메일로 전달했다. 전화도 받았다. 문자에도 답장을 했다. 하지만 그 사람처럼 짜증 섞인 말은 한마디도 덧붙이지 않았다. 그냥 필요한 말만 했다. 평소보다 좀 건조하긴 했지만 요청했던 모든 걸 다 해주었다.


똑같이 갚아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감정을 꾹 누르고 최대한 협조했다.


나는 프로페셔널,

나는 월급값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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