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쪽으로 스스로 선택하는 카드회사 L 대리
요즘 꽤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에 "아무튼 출근"이 있다. 그중에서도 카드회사 이동수 대리 편을 봤을 때에는 살짝 충격을 받았다. 거의 내가 그리고 바라고 있던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살펴보면 나와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그도 아이가 태어나고 육아휴직을 3년간 했고 직장 내에서 승진도 빨라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모든 상황을 대하는 태도는 나와 많이 달랐다. 모든 걸 알면서도 초연한 모습이랄까?
그는 왜 다를까?
육아휴직을 쓸 때 그는 승진을 앞두고 중요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나중에 돌아봤을 때 승진을 해서 가는 즐거움보다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못 본 아쉬움이 클 것 같아 휴직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중요한 점은 주체적인 선택이었다. 내 경우 육아휴직은 당연한 수순 같은 거였다. 아이를 낳은 여성은 출산휴가를 마치고 몇 개월간의 육아휴직을 하는 게 우리 회사의 대부분 여직원들의 선택이었기에 나도 고민의 여지없이 이를 따랐다. 다른 점이라고는 남편을 설득해서 같이 육아휴직을 해본 것이 달랐달까. 결과를 염두에 두고 자기가 바라는 점을 깊이 고민해보고 선택했다는 점에서 그는 달랐다.
회사에서 승진에 미끄러졌을 때 나는 마치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슬퍼했다. 어쩌면 나의 가치를 일하는 데에서 가장 많이 찾았던 게 아닐까 싶다. 그놈의 능력주의!! 하지만 그는 달랐다. 그는 회사가 잘 되는 것보다 내 인생이 잘되는 게 자신에게 더 중요하다며 이를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다. 심지어 방송에까지 그 이야기가 나왔다. 분명 경험으로 머리로 알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나를 포함 많은 이들이 이런 사고를 삶에서 적용하기는 힘들다. 아마 이런 뚜렷한 관점 없이 살아가고 있어서는 아닐까 생각이 든다.
아무튼 출근을 보고 나서 곧바로 그의 유튜브를 찾아보았다. 방송 출연에서도 유튜브가 살짝 언급이 되었기 때문이다. 살펴보니 꽤 오랫동안 콘텐츠를 쌓아 왔던 것처럼 보였다. 최근에는 방송 출연 덕분인지 구독자가 꽤나 늘어나 보였다. 직장인으로서의 본캐뿐 아니라 유튜버로서, 아빠로서 그는 자신의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었다. 다른 자아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자아를 위해 점차적으로 애쓰고 있다는 사실은 현실에서 조금 물러나 또 다른 희망을 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어 주는 것 같다.
사실 그와 같이 살아가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가 텔레비전 출연도 하게 되었으리라고 본다. 하지만 분명히 그의 삶의 방식에서는 배울 점이 있었다. 내가 어느 정도 실현하고 있는 부분도 있고, 아직 미숙한 부분도 있다. 그처럼 자꾸 생각하는 버릇을 들인다면, 나도 언젠가는 아무튼 출근에 출연하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한 번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