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했다면 됐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내 맘처럼 일이 되지 않는다.
최선을 다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모든 수단을 통해 타 부서 사람이랑 소통을 했고, 좋은 말로 타이르기도 해 보고, 우회적으로 물어보기도 해 봤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타 부서 사람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를 않았다. 이럴 때 정말 답답하고 자괴감이 든다. 일하기 싫거나 의견이 다른 것은 이해가 가지만, 적어도 들어주는 척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닐까? 답답한 마음에 화도 났다. 마지막으로 이 건으로 더 이상 연락하지 않겠다는 메일을 쓰고 일을 그만두었다. 사실될 수도 안될 수도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런 식으로 자포자기하자니 답답했다. 회사 생활하면서 이런 일이 한두 번이겠는가? 겪어보지 않은 일도 아닌데 또 이렇게 화가 나다니, 나도 참 답답하다 싶다.
즐기는 자의 미소, 자신이 준비한 모든 것을 쏟아낸 자의 희열.
이런 답답함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했는데, 그 사람이 올림픽에서 장대높이뛰기를 선보인 우상혁 선수 이야기를 했다. 장대높이뛰기라는 생소한 종목을 각인시킨 이 선수,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다른 관점을 알려 주었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도전을 안 했다면 후회가 남았겠지만, 도전을 했기 때문에 후회와 아쉬움은 전혀 없다"라며 "결과를 빨리 인정하면 행복도 빨리 찾아온다"라고 이야기했다.
몇 년 전만 해도 메달을 따지 못하면 속상해서 눈물을 보이는 선수들이 많았다. 4위를 하면 특히 그랬다. 대역죄인이라도 된 마냥 슬픔에 겨운 사람들이 많았고, 다들 그걸 당연시 여기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요즈음의 올림픽을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다들 올림픽을 즐긴다. 우상혁 선수도 마찬가지였다. 최선을 다해 자신과 경쟁했고, 끝까지 도전했기 때문에 후회가 없다는 그의 말이 내게도 도전이 되었다.
중요한 건 순위나 결과가 아닐지도 모른다.
사실 국가의 대표로 그 자리에 섰다는 것 자체도, 큰 경기에 관중이 아닌 선수로 참여해서 다른 사람들과 실력을 겨루는 것 자체가 굉장한 일 아닌가? 무엇보다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시험해보는 일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무엇보다 최선을 다한 사람만이 이런 감정을 가질 조건이 되는 것 아닐까 싶다. 어쩌면 순위보다 내 인생에서 이 순간을 즐기고 후회 없이 현재를 보내는 것이 더 소중한 일 아닐까 한다.
다시 내 상황으로 돌아왔다. 일의 결과와 상관없이, 남의 평가와 상관없이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남들이 뭐 라건 나라도 나를 인정해주고, 그것만으로도 괜찮다 스스로에게 응원과 박수를 보내줘도 괜찮지 않을까?
20대의 나이로 이런 진실을 알아버린 우상혁 선수의 내공이 그의 장대 길이보다 훨씬 더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