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드름의 속사정

미처 알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by 서이담
klara-kulikova-l71GsxoyhUA-unsplash.jpg Photo by Klara Kulikova on Unsplash
으이구 지겨와 지겨와~이놈의 등드름


몇 달째 등 가려움증이 가시질 않는다. 등을 최대한 노출시키는 게 좋다길래 유교걸 난생처음으로 등 파인 옷도 사서 입어봤다. 집에서만. 샴푸 문제인가 싶어서 후기를 꼼꼼히 살펴보고 샴푸를 스위스에서 만든 비싼 천연 샴푸로 바꿔보았다. 샴푸를 하는 자세도 바꿨다. 머리를 아래로 숙여서 해야 샴푸 성분에 등에 닿지 않아 좋다길래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다. 또 바디 브러시라는 걸 활용해 깨끗하게 닦아 주는 게 좋다기에 사서 따뜻한 물에 불린 뒤 올리브 비누를 잔뜩 문질러서 써봤다. 이 올리브 비누 역시 등드름에 좋다고 유튜브에 소개되었던 잇템이다.


여러 가지 애를 써서일까 등드름이 살짝 좋아지는 것 같긴 한데 그렇다고 확 나아지지는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내 의식을 잃어야만 수면 시간, 어느 날은 가끔씩 또 마구 등과 어깨를 긁었고 그 결과 피부에 염증이 생기고 없어졌다가 또 났다. 어릴 적 아토피에 호되게 시달렸던 터라 혹시 그때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공포감마저 들었다.


어랏? 재민아 너 긁었어?


안타깝게도 우리 가족 중에 나만 이런 게 아니었나 보다. 땀띠인지 아토피인지 모르겠지만 아이가 무릎 뒤 접히는 연한 살 부분을 벅벅 긁기 시작했다. 내가 어릴 때 그렇게 피가 나도록 긁었던 부위인지라 나 때문은 아닐까 생각하니 마음이 찝찝했다. 우선 긁지 말라고 일러두고 연고를 바르고 덜 가렵게끔 냉찜질을 해주었다. 심각하지는 않은 게 땀띠 아니었나 싶지만, 그래도 마음은 철렁했다.


이 글 한 번 볼래요?


남편이 자기 회사 커뮤니티에 아토피 관련 글이 올라왔노라며 나에게 보여 주었다. 아이가 아토피가 심해 별별 피부과 약을 다 바르고 먹여보았는데 효과가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호흡기가 좋지 않으면 그 속의 증상이 피부로 나오는 것일 수 있다고 호흡기내과를 한 번 찾아보라고 했단다. 그래서 내과에 가 호흡기 계통의 알레르기를 피검사를 통해 알아냈고, 호흡기 치료를 하니 피부도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한의원에서 많이 들었던 “몸은 다 이어져있다”라는 개념과 일맥상통하는 증상 같았다. 또 언젠가 아이를 데리고 유명 체인 한의원에 갔을 때 호흡기 쪽 열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한약을 조금 지어 먹였었는데 약을 먹여도 바로 증상이 좋아지지 않아 중간에 그만두었다. 그때 한의사 선생님이 돌팔이는 아니었구나, 그래서 이런 피부과 증상이 나타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원인은 피부가 아니라 다른 곳에 있었던 거다.


살아가면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겉으로 툭 불거져 나온 일들은 살펴보면 다른 곳이 곪아있어서인 경우가 많다. 사람 사이의 관계가 특히 그랬다. 자신을 좀 더 살펴줬으면 하는 서운한 마음이 쌓여 마음에도 없는 비수 같은 독설을 내뱉는 사람도 있었고, 그걸 객관적이어야 하는 일에까지 개입시키는 사람들도 있었다. 반대로 서로 관계가 좋다 보면 어렵게 될 일도 쉽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원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는 것 내 몸과 내 삶이 알려주는 지혜인 것 같다.


어쨌든, 건강 잘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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