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풋과 아웃풋
글이 막힐 때가 있다.
전업 작가는 아니지만 매일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성실하게 글을 쓰는 것이 글을 잘 쓰는 기반이라고 어느 소설가가 이야기했던 글을 보고 나서 생긴 결심이다. 그 후로 워킹데이 기준으로 나는 꼬박꼬박 글을 써오곤 했다. 그리고 그 결심을 한 후로 아직까지는 매일 글을 쓰고 있다. 나 자신 칭찬해.
하지만 이런 굳은 결심에도 불구하고 글이 좀처럼 써지지 않는 날이 있다. 아니 그런 나날들이 있다. 솔직해지자. 그때는 뭘 써도 진부하다. 이상한 수식어들만 가득하다. 알맹이는 없는 느낌이랄까?
회사에 조그마한 도서관이 생겼다. 사실 도서관이랄 것도 없이 책장 대여섯 개를 복도에 진열해둔 게 다인 아주 단출한 곳이었다. 그런데 거기 진열된 책들이 실했다. 누가 큐레이팅 했음이 분명한 티가 났다. 회사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분야별로 좋은 책들이 꼭 맞게 진열되어 있었다. 책장을 휘 둘러보다가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라는 책을 집어 들었다.
소설에 푹 빠져 며칠을 읽었다. 문체도 매력 있고 내용이 좋았다. 그 책을 통해 역사책을 보는 것보다 더 생생하게 우리나라 근현대 여성들의 삶을 알 수 있었다. 지금 매몰되어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 먼 나라로 여행을 간 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내 글이 늘었다. 소설에서의 촘촘한 묘사 덕분일까 그 책을 읽고 난 다음 내가 썼던 글들에 묘사가 좋아졌다.
'아!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좋아지는구나!'
이 단순한 진리를 이제야 깨닫다니. 작가가 가져야 할 제1의 덕목은 다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닥치는 대로 읽자. 내가 쓰는 글 분야에서 정통한 사람이든 아니면 갓 책을 쓴 작가이든 상관없다. 뭐든지 읽고 느끼자. 그리고 써 보자.